노조 "국민 10명 중 9명이 의대정원 확대 찬성...PA가 의사 공백 방증"

지방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 의료인력 양성의 장(場)인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논의에 시동을 걸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이같은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돌출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의사 수를 늘리지 않을 경우 진료과목 및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의료계는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은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국 평균보다 높은 편으로, 필수의료 공백은 의대 정원 확장이 아니라 기존 의료인력 배분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지는 논의 착수 전부터 난맥상이 깊은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을 톺아봤다. <편집자 주>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진료거부 관련 국민여론조사 및 의사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내놓은 의사 확충 등을 포함한 '필수의료 혁신 전략 어젠다'가 주목받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전국의 각 병원들을 지원하는 한편, 의사 확충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이같은 거대 담론을 제시한 이후 각 지역별 유관업계 및 학계 간담회를 가지며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의료 인력 및 인프라가 상대적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의 경우 지역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의료인과 병원을 전면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세부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에 따라서다. 

실제로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편 결과, 이들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847명 늘리길 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의대 정원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이에 현재 정부는 필수·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인원 규모와 대상 지역 등에 대해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8일 전남대병원 간담회에서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에서 활동할 의사인력의 확충과 함께 지역 내 병원들이 서로 협력해 상생하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간담회에서 주신 의견들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활동할 의사인력의 확충과 함께 지역 내 병원들이 서로 협력해 상생하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급증하면서, 의사 수 확대에 대한 찬반 여론에도 점차 윤곽이 잡히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가 실시한 의대 정원 찬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4%가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고, 89.3%는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증원 규모에 대해선 '1000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7.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2000명 이상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28.7%에 이른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집단 휴업과 시위에 나선 대해선 응답자의 85.6%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에는 성인 1016명이 참여했다.

한편 2020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했으나, 의료계 반발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논의를 이어간다는 '9.4 의정합의'를 맺은 바 있다. 이후 현 정부 들어 의대 정원 담론이 재차 고개를 들자, 의료계는 또 다시 총파업에 준한 고강도 시위에 나서며 강력 반발에 나선 상황이다.


◆ 보건의료계 "의사 수 부족에 지역의료 붕괴"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단체와 보건의료계 간 충돌 양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보조)은 같은 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찬반 여론조사를 공개하며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에 눈치보지 말고 정책을 강력 추진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전보조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들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만 8만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의사를 보조하는 직군들인 만큼, 의료현장의 인력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며 의사 부족에 일부 환자를 트랜스퍼(전원)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정부와 의료계를 압박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의사들의 반대와 몽니 부리기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강력하게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의협이 막아야 할 것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지역·공공의료의 붕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자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의사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하는 PA(진료보조인력)가 서울아산병원 387명, 충남대병원 284명, 이화의료원 249명, 경상국립대병원 235명, 아주대의료원 137명, 영남대의료원 125명, 전북대병원 114명, 원주연세의료원 111명, 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 109명, 예수병원 105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병원에서 의사 수가 확연히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와 양성 지원 ▲지역의사제 시행 ▲공공의대 설립 ▲필수·지역·공공의료 지원 강화 ▲개원요건 강화·병상총량제 실시·비급여 진료 통제와 적정수가체계 마련·실손보험 전면 개편 등 왜곡된 의료체계 개선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편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의료서비스 수요와 의사 업무량 등을 고려하면 미래에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복지부 주최로 열린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현재의 의료 이용 수준으로 평가한 의사 인력의 업무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인구 최대치가 전망되는 2050년 기준 약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는 2048년 기준 진료과목별로 신경과는 1269명, 신경외과 1725명, 흉부외과 1077명, 외과 6962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와 관련, 권 연구위원은 "필요한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며 추계 결과에서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의 5% 증원 시나리오가 2050년까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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