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법 野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 통과..."위헌 소지" vs "공공의료 확충 필요"

지방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 의료인력 양성의 장(場)인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논의에 시동을 걸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이같은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돌출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의사 수를 늘리지 않을 경우 진료과목 및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의료계는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은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국 평균보다 높은 편으로, 필수의료 공백은 의대 정원 확장이 아니라 기존 의료인력 배분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지는 논의 착수 전부터 난맥상이 깊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지방의사제 등을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 인프라 확충의 연장 선상에 있는 수도권-지방 의료 불균형 해소와 공공의료 도입까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공의대' 설립법과 10년 동안 지방 의료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 도입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면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선행한 뒤 해당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국회 다수당의 강행 의지가 견고해 끝내 관련법안들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중장기적 파급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先)입법이 이뤄진 데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시행 등을 통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지역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 파열음이 거셀 전망이다.


◆ 의료계, 의료 공공화법에 "의료인 선택권 침해, 위헌 소지 커"


의료계는 현재 의대정원 확대를 비롯해 공공의대 신설, 지방의사제 도입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법 시행으로 현실화 한다면 그간 민영 주도로 이뤄졌던 의료 생태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고, 특히 지역의사제의 경우 의료인의 직업선택 및 거주지 이전 등의 헌법상 개인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법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힌 의대생들로 하여금 향후 의료 사각지대로 꼽히는 지방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복무토록 하는 제도다. 의료계가 반발하는 것도 특정 지역에서의 10년 의무 복무가 의료인의 이주권, 직업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곧 의료 서비스의 국영화로 이어지며 특정 직업군에 대한 정부의 강제성이 녹아들 수 있다는 것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바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가 아무리 공익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야라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특정 직업군의 진로 선택과 거주권을 제한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이러한 악법이 통과된 데 대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사제와 세트로 묶이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안' 또한 이날 야당 주도로 복지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공공의대는 소위 '의사사관학교'로 불리며 전액 국민 세금으로 교육을 이수하고 의사가 되는 조건으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방에서 의료활동을 하도록 한 제도다. 이는 의대 정원 확대와도 논리가 맞물리는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 증원을 시도한 바 있으나, 해당 어젠다는 의료계 반발에 좌초됐다.


◆ "공공의대·지방의사제 찬성" 여론도 적지 않아


한편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공공의대 설립과 지방의사제 시행을 찬성하는 여론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돼 공공·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에 관한 사회적 찬반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소비자연맹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7일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지지한 응답자는 무려 74.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40.8%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선호했으며,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31.1%에 달했다. 이 밖에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한 이들 중에선 공공병원 의사 충원,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들도 약 30%였다. 

또 응답자의 70%가 의사 부족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고, 거주 지역별 의료인프라 부족에 대한 체감도는 서울이 가장 낮은 반면 제주·호남 지역이 가장 높았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소비자연맹은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의과대학 졸업 후 해당 소재지가 아닌 서울 및 수도권이나 특정 인기과로 몰리는 문제에 대해 일반 국민들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지역의사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