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부터 상무까지’…‘이마트 출신’ 포진
회사 내 절반 신세계화...“정통성이 없다” 

[출처=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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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캔=이동림 기자]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회사 내 정통 ‘오리온 맨’을 찾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만난 식품업계 한 고위 임원이 주요 부서에 외부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는 오리온을 지목해 한 말이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오리온 임원 중 신세계 인사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부사장급 1명, 전무급 2명, 상무급 5명 등 총 9명이다. 이들은 오리온의 핵심사업부인 해외사업과 신규사업, 재무, 인사 등 요직에 두루 포진돼 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하며 11년째 최장수 CEO로 활동하고 있는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오래 근무한 ‘재무통’이다. 2011년 신세계그룹의 경영전략실 사장과 2012년 이마트 사장을 차지해 이명희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부회장은 2014년 오리온에 합류, 현재까지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부회장직을 맡으며 경영총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외부 인재 영입과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력으로 오리온의 성장세를 주도한 인물이다.

허 부회장의 오른팔이자 ‘믿을맨’인 박성규 오리온 부사장도 신세계 출신이다. 박 부사장은 신세계 경영전략실 재무담당 상무(1986~2012년)와 이마트 경영지원본부 재무담당 상무(2013~2014년)를 지냈다. 2015년 오리온 재경부문장 전무로 영입돼 부사장직을 맡은 그는 어느덧 오리온의 안살림을 직간접적으로 감독한 지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박 부사장은 현재 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장 부사장과 오리온 지원본부장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신규사업팀장 전무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맡은 김형석 전무도 신세계 출신이다. 그는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를 역임한 뒤 2016년 오리온에 영입됐다. 오리온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지난해 신설한 바이오 계열사를 맡아 의약품, 소비재, 식품 원료 개발 등에 메진 중이다. 다만 김 전무가 바이오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 등을 통해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유대관계를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외부인사 9명 중 5명 이마트 출신


오리온의 해외사업은 한용식 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한 전무 역시 이마트 생활용품담당 상무(2004~2014년)를 역임하다 2015년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해외사업부문장, 해외사업팀장을 지냈다.

인사, 사회공헌(CSR) 부문에서도 신세계 출신 인사가 장악했다. 김석순 인사팀장 상무는 신세계 전략실 인사팀장, 신세계푸드 인사담당 상무를 역임하고 2021년부터 오리온에 입사해 인사팀장 상무로 재직 중이다. 같은 해 오리온에 영입된 홍순상 CSR 상무도 신세계센트럴시티 지원담당 상무를 지냈다. 김영훈 재경담당 상무도 신세계푸드 재무팀장을 역임한 인물로 2019년 오리온에 입사했다.

 오리온 서울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 서울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제공]

2024년 정기인사에서도 신세계 출신 인사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승진한 권오병 영업2팀장 상무는 이마트 출신으로 2021년 오리온에 영입됐다. 장혜진 홍보팀장 상무도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를 역임한 뒤 오리온에 신규 영입된 인물이다. 윤현호 전 홍보팀장 이사는 2년 만에 영업본부로 부서 이동했다.

이런 변화 속 ‘오리온 맨’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의 재무 라인들이 오리온으로 대부분 갔는데, 오리온은 거의 ‘신세계화’ 됐다는 점에서 ‘정통성이 없다’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직원들은 이직을 많이 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근속해 충성심이 높은 편이어서, 이런 변화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만 “순혈주의를 깬 오리온이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한 점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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