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공사현장 추락死 사고에 건설업체 대표 집행유예 첫 선고
건설업계 "중대재해법, 관리자에 과도한 책임 지우기" 지적도

서울 중구 소재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 = 박진용 기자]
서울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 = 박진용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건설사 대표가 하청 노동자의 건설현장 추락 사고와 관련,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는 원청 CEO가 산업현장 일선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직접 책임지도록 한 국내 첫 판례인 만큼, 건설업계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합리성에 의문을 표하는 등 강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사장 추락사고에 건설사 대표 '집유' 판결...무슨 일이


중대재해법 위반과 관련한 첫 판례가 나왔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1호 판결이라는 점에서 건설업계와 노동계, 법조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린 사안이다. 

지난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김동원 판사)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법인과 안전관리를 담당했던 현장소장에 각각 벌금 3000만 원과 500만 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대표 A씨는 경영 책임자로서 중대재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하여, 최근 사업주 및 도급인에 대하여 보다 무거운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법이 제정됐다"고 중대재해법 제정과 판결 취지를 명목화했다. 

앞서 온유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40대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해당 노동자는 안전난간이나 안전대도 없이 5층 공사장에서 도르래로 100kg에 육박하는 철근을 리프팅하다가 철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반동으로 동반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월 해당 건설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에 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하고 ▲법인 대표 징역 2년 ▲회사 벌금 1억5천만 원 ▲현장소장 징역 8월 ▲안전관리책임자 금고 8월 등을 각각 구형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이후 원청사에 대한 처벌이 적용된 첫 사례다. 중대재해법 도입 후 관련법 위반 혐의로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총 14건이다. 그 중 첫 판결에서 원청사의 직접적 유책이 인정된 만큼, 향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법인에 대해 엄중한 법적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현장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예방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해 이를 위반했을 경우 사업주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법은 총 사업비 5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현장에 적용되며, 이를 위반한 사업장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편, 온유파트너스 관계자는 10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담당 변호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받길 바란다"라며 "본사에서 직접 답해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건설업계 '식은땀'..."중대재해법 처벌 합당한지 의문"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선 이번 판례에 긴장하면서도 자칫 국내 건설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 위반의 직접적인 책임을 법인 대표 등 관리자에게 묻는 것이 과연 합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개인의 안전불감증과 규정위반 일탈까지 관리자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경기도 일산 소재의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근로자들의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전국 수십, 수백여 곳에 달하는 작업현장을 CEO가 일선 지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본사 차원에서 안전관리 매뉴얼이나 지침을 시시각각 각 현장에 하달하고 있지만 작업자 개인이 이를 무시하면 무용지물"이라고 현행법 처벌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의 한 중소 건설업체 소속 현장관리 소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작업에 투입되기 전 현장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매번 실시하고 있고, 안전규정을 어길 시 감봉 등 강력한 자체 내규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러한 룰이 다 지켜지는 게 아니다. 일부 개인의 일탈도 있다는 말이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중대재해의 책임이 관리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업계는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 50억 원 미만의 중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포괄 적용안이 검토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평택 소재의 한 건설업체 중견 관리자는 "현실적으로 규모가 작은 건설법인들은 현장 안전관리 인프라나 인적 자원에서 대기업보다 열악한 게 현실인데, 법규까지 강해지면 업계 전반의 사업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라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원인은 다양한데 결과론적으로 최종 책임을 원청으로 돌리는 것이 합당한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오는 26일에는 건설법인 한국제강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나온다. 현재 건설업계의 시선은 중대재해법 '2호 판결' 결과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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