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영세 사업체에도 확대 적용
중재법 시행 후 산업재해 줄기는커녕 제자리 걸음에 '실효성 논란'
중재법 확대 시행에 영세업체 "사고 터지면 폐업...유예기간 부족"

 [그래픽= 프리픽]
 [그래픽= 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난맥상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내년부터 중재법이 확대 적용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행 중재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 현장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예방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해 이를 위반했을 경우 사업주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현장에 적용되며, 이를 위반한 기업(최고경영자)은 징역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내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재법이 적용된다.  

이에 기업계를 중심으로 중재법 실효성 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오는 6월까지 법안 개선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초 계획과 달리 중재법 시행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이 지연되면서 TF 차원에서 법안 중재 대안이 도출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TF에 따르면 현행 중재법에는 쟁점 사안이 많은 데다, 기업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현재 회의 빈도를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인 법 개선안 마련에 돌입했지만, 법 개선안 도출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제는 법 개선안이 도출되기까지 직접적 이해관계에 얽힌 기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 기업계 "중재법, 기업 처벌에만 집중된 과잉 입법"


현재 기업계에서는 중재법의 법정 형량이 최소 '징역 1년 이상'이라는 점을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법령에 명시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책임과 의무도 법적 해석이 불분명한 추상적·포괄적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의 한 건설업체 간부급 인사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지금의 중재법은 여러 측면에서 모순점이 있다"라며 "현행법의 기본 취지는 산업현장의 안전성 제고다. 그런데 최근 나오는 데이터만 봐도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안전사고가 줄기는커녕 늘고 있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 관계자는 "법의 실효성도 문제지만, 법이 '기업과 CEO 처벌'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일선 노동자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무조건적 책임을 씌우고, 질책하기 위한 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현행 중재법이 시행된 후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중재법이 시행된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오히려 전년(828명)보다 46명 늘었다.

서울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 = 박진용 기자]
서울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 = 박진용 기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 또한 현행 중재법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전국 65개 산업단지에서 지난해 총 26건의 안전사고가 있었다. 이는 2018~2021년 중재법 시행 전 연간 사고건수(25~27건)와 별 차이가 없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처벌에 집중된 법이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높일 근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근거"라고 꼬집었다.

현행 중재법에 대해 기업계가 반발하는 대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선 현상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유책 사유를 기업 CEO에게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게다가 CEO가 실형을 받을 경우 경영 공백에 따른 리스크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기업계의 하소연이다.   

내년부터 중재법 적용 대상이 되는 50인 미만 사업장들의 푸념도 이어진다. 소규모 건설사를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불의의 사고 한 번에 회사가 폐업까지 갈 수도 있다"라며 "공사 인부들 개인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하는 사고도 부지기수인데, 이런 사안들까지 죄다 기업의 책임으로 묻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중소 규모 건설업체 임원은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자들은 안전관리와 보건 확립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도 부족한데, 고작 유예기간 1년 주고 시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법률상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기업은 과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법률 해석상 문제도 짚었다.  

그러면서 "중재법은 그야말로 '기업은 절대악'이라는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측 손해도 막심하다. 공사현장의 안전·보건 확립이 그 누구보다 절실한 게 기업이라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담긴 법이어야지, 기업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기업 죽이기 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노동계는 현행법의 집행 수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에게 현장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일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공유마당(EBS)]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공유마당(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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