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노동자 압사(壓死)'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법인은 벌금
노동계 "원청 대표 실형 선고, 환영...처벌 수위 높일 필요 있어"
경영계 "원청사에 대한 과중 처벌법...조속히 중처법 개정돼야"

서울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 = 박진용 기자]
서울의 한 빌딩 건설현장, 기사는 특정 내용과는 무관. [사진=박진용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중처법 시행 후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되고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한국제강 대표에 대한 이번 법원 판결은 노동계와 기업계가 예의주시했던 사안이다. 그도 그럴 게 첫 실형 선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노동계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기업계는 일선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대표이사가 모두 챙길 수 없는 만큼 '기업 죽이기'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지난달 26일 한국제강 대표이사 A(69)씨의 중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원청 사업체인 한국제강 법인도 벌금 1억 원이 선고됐다. 하청업체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아 실형은 면했다.

지난해 3월 한국제강 협력사 소속 60대 노동자는 경남 함안군 소재 한국제강 공장에서 근무 중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톤의 방열판에 깔려 숨을 거뒀다.

이에 검찰은 한국제강과 대표 A씨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 미이행으로 노동자 사망사고에 이르렀다고 보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 법인에 벌금 1억5000만 원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선고 당일 "그 동안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노동계 첫 실형 판결에 "유의미한 판결...낮은 양형 아쉬워"


노동계는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원청사 대표에 실형을 선고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징역 1년이라는 낮은 구형과 양형은 사고 및 안전관리의 심각성에 비춰봤을 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달 26일 오전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의지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달 26일 오전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의지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6일 오전 한국제강 대표 A씨에 대한 창원지법 판결이 나온 직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은 데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며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처럼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이어지기를 촉구한다"며 "정부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법이 작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정부의 중처벌 개정 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용자들이 단순히 실형을 피하기 위해 대형로펌을 섭외하고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기업계의 안전관리 쇄신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이날 "법원이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를 반영해 원청 기업 경영책임자에 대해 실형선고를 내렸다"며 "당연한 귀결이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화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판결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유예 기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며 "이는 이후 진행될 기소나 재판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기업계는 중처법이 제정되자 정부에 안전관리 체계 정비 등을 이유로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노동계는 한국제강 대표에 선고된 형량이 낮다며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구형·양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원청 법인에 대한 벌금형도 법인 경영에 전혀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었음에도 검찰 구형은 2년이었고, 법원은 중대재해법 최저형량인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며 "지난 1호 판결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구형과 양형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한국제강의 경우 최소 양형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라며 "법인에 대한 벌금도 1억 원에 그쳤다. 한국제강 연 매출이 8000억 원대인데, 벌금 1억 원은 경영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라 법적 위엄이 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총, 중처법 '과잉 처벌'..."정부, 조속히 개정해야"


반면 기업계는 현행 중처법이 경영 책임자에 대해 가혹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한국제강 대표에 대한 실형 선고가 원청에 대한 '과중 처벌'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CI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경총은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금번 사례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은 두 번째 판결"이라며 "대표이사를 법정구속하는 징역형의 형벌이 내려지고 원청이라는 이유로 더 무거운 책임이 부과됐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 책임자라는 신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엄격한 형벌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총은 "원청도 하청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일정부분 책임이 있겠으나, 고용계약 관계 및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원청에게 더 엄한 형량을 선고한 것은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업계는 또 중처법 시행으로 기업 대표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게 되면 '경영 리스크'가 증폭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경총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청 대표에게 귀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실형 선고가 떨어지면 해당 기업은 리더십 부재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처법은) 산업의 근간인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법안이다. 정부가 조속히 개정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