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간호사 단독개업 할 것"... 간호사 "대통령이 약속한 법"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13곳 단체들이 간호법 철폐를 주장하며지난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2일 2차 투쟁에 나섰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13곳 단체들이 간호법 철폐를 주장하며지난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2일 2차 투쟁에 나섰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뉴스캔=박선영 기자]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갈등의 두 고리인 의사·간호조무사와 간호사간 대립은 물론, 같은 간호업종인 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 간 충돌도 예사롭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양 측의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데 현재 의사협회는 총파업을, 간호협회는 강력한 저항을 예고했다.

당장 1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연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2차 부분파업을 결의한데 이어 간호법 통과와 관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동참키로 한 보건의료단체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13곳에 이른다. 지난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이날 2차 투쟁을 실시하는 격. 이번 투쟁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소속 치과의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추후 의사들의 집단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의사 vs 간호사, 간호사 vs 간호조무사... '영역침해' 놓고 극과 극 대치


반면 간호사 단체들도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의 조속한 공포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대한간호협회, 한국간호과학회 등 12개 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며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간호법 제정의 정당성을 알리며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장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13곳 단체들이 간호법 철폐를 주장하며지난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2일 2차 투쟁에 나섰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13곳 단체들이 간호법 철폐를 주장하며지난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2일 2차 투쟁에 나섰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지난 9일부터는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 등 지도부 5명이 간호법 제정 촉구를 위한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간호법 대치' 국면에서 야기된 가장 외형적인 갈등고리는 의사와 간호사간 관계다. 간호법 제정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간호사에게 기존 의사의 영역을 일정부분 부여한 점이다. 

기존 의료기관에 한정된 간호사의 간호영역을 지역사회로 확장한 것인데, 이 법이 시행되면 간호사들이 환자 집을 방문하거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간호사들이 이번 법으로 인해 '단독 개업'도 할 수 있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없이 치료를 할 경우 의료사고 위험도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삼았다. 

또 하나 간호법 시행을 놓고 심각하게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 대치 국면이다.  특히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의 보조 역할로 가뜩이나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간호법 시행으로 간무사 시험응시자격이 고졸로 제한받게 되면 간호사와의 위계차이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들은 간무사 응시자격 조건을 전문대졸 이상으로 확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간호법의 조속한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여기에 간호조무사들은 현행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 없이도 촉탁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간호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 외에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 응급구조사들도 '영역 침해'를 놓고 간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가 '기폭제'...여당 중재안은 마지막 '키'


현재의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아무래도 대통령실의 결정이 최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게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을 공포해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도 어느 한쪽의 집단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당이 대한간호협회와 중재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수습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당초 계획대로면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됨에 따라, 대통령은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한다. 이 시한이 오는 19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 중재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 부분이 논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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