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서 미발급 혐의’…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같은 행위 ‘빙산의 일각’…과거 제재에 소송 냈지만 ‘패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삼성중공업이 ‘하도급 갑질’로 공정거래 당국으로부터 또 징계를 받았다. 과거에도 이와 흡사한 행위로 당국의 제재를 받았던 터라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에 불가하단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하도급계약 내용과 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제때 수급 사업자에게 발급하지 않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시정(재발 방지) 명령과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4월까지 A사에 선박 전기장치와 기계장치 임가공을 위탁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19건에 대한 계약서를 작업 시작 1~102일 후에야 발급했고 10건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도 발급하지 않았다. 

계약 조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수급자가 부당한 대금 감액, 위탁 취소 등의 피해를 보더라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 사업자에게 제조 등을 위탁하는 경우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서면을 발급해야 한다. 이는 원사업자가 구도로 하도급계약을 맺고 작업 시작 전 계약을 철회하는 등 수급 사업자에게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공사가 긴급하게 진행되면서 양사의 서류상 작업이 지연된 것 같다”고 답했다. 


◆ ‘하도급 갑질’ 빙산의 일각…“솜방망이 처벌 그쳐”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빙산의 일각이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2014~2015년, 하도급 업체들에 도장 등 선박 임가공 696건을 맡기면서 작업 시작 전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복 소송을 냈다. 696여 건 중 619건은 하도급 업체들의 신고가 접수된 이후 3년이 지나서야 처분이 내려졌다며 처분시효(3년)가 지나 무효라는 게 사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법원은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이 적법하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고법 행정6-2부는 삼성중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삼성중공업의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숨기려고 하도급자에게 자료 삭제를 요구하는 등 행위의 불법성이 크고, 이후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인정되는 의무 위반 계약이 69건으로,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정위의 수위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처벌을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분명한 계약 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급 사업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당사자 간 사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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