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지자체' 협력해 새로운 공간 조성
스포츠센터, 농촌체험, 천체체험까지 ‘다양’
일본, 폐교 80% 활용...폭넓은 활용에 주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캔=신아랑 기자]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전국의 학교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도봉고만 해도 2024년 2월 인근 학교로 통폐합되면서 폐교가 확정됐다. 서울지역 일반고로서는 첫 폐교 사례다.

폐교는 학교 부지와 시설 등 규모가 큰데 반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사후관리가 쉽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폐교가 또다른 '기회의 장소'가 되고 있다. 지역 교육청과 지자체가 손잡고 '쓸모없던 공간'인 폐교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 스포츠센터서부터 천문과학관까지...지역활성화 '한 몫'


전 대성초등학교는 드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옥천군청]
전 대성초등학교는 드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옥천군청]

충북 옥천군 대성초등학교는 폐교의 아픔을 딛고 드론 전문가 양성소로 변모하며 지역사회의 새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했다.

1946년 설립된 대성초등학교는 농촌 학교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통폐합으로 2014년 2월 재학생 7명의 졸업을 끝으로 폐교됐다.

이후 학교 졸업생들은 폐교의 활용을 놓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학교의 역사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겠다는 취지로 영농조합법인 ‘대성’을 설립하고 교육지원청과의 대부 계약을 통해 게이트볼장과 족구장 등 주민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특히 폐교는 비행구역에 제한이 적고 한적한 공간이 있어 드론 실습과 제작 등을 위한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무인항공교육원은 이를 드론 실습장,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기 교육과 시험장으로 활용 중이다.

대성초 13회 졸업생인 김기초 대성 법인 대표는 “모교가 폐교된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며 “모교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선·후배 동창들과 함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중 드론 교육장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폐교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본 사업은 물론 지역민들과 융합하는 대성초 졸업생으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기흥중학교는 학생을 위한 '학생스포츠센터'로 변화를 꾀했다. [사진=경기체육사랑 홈에피지]
전 기흥중학교는 학생을 위한 '학생스포츠센터'로 변화를 꾀했다. [사진=경기체육사랑 홈에피지]

폐교된 용인 기흥중학교는 ‘학생스포츠센터’로 다시 태어난 경우다. 

경기도교육청은 기흥중학교에 도내 학생과 가족 단위 지역 주민을 위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건립했다. 폐교를 활용해 학생에게 환원한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학생스포츠센터는 4개 층 연면적 6,495㎡ 규모로, 22개의 다양한 체험 및 연수·연구 공간으로 조성됐다. 층별 시설은 1층 바이크레이싱존·융복합스포츠 콤플렉스, 2층 미디어실·라커룸, 3층 4개의 GX룸·스포츠 창작실, 4층 원형경기장·풋살장(스타디움) 등으로 꾸며졌다.

각 공간에 준비된 농구, 축구, 스피닝 등 스포츠 종목별 체험 장비들은 카메라나 빔프로젝터 등 디지털 기기와 연결돼 있어 게임을 하듯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지역 주민도 신청하면 체험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운동장과 급식실은 2023년 하반기를 목표로 체육관과 수영장으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전 강후초등학교는 올해 말까지 '강화천문과학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인천강화군청]
전 강후초등학교는 올해 말까지 '강화천문과학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인천강화군청]

학생 수 감소로 2000년에 문을 닫은 인천 강화군의 강후초등학교는 올 연말 천문과학관으로 새옷을 입는다. 

앞서 강후초는 한국관광공사 주관의 ‘빅데이터와 함께하는 똑똑한 컨설팅 공모사업’에 선정돼 복합문화 공간으로의 변신 중에 있다. 또한 DMZ 평화의 길, 늘(NLL)평화의 철책길, 교동 화개산 전망대 조성 사업 등과 연계해 관광 허브로도 조성된다. 

특히 올해 말까지 ‘강화천문과학관’이 건립되면 고성능 망원경을 갖춘 천체체험이 가능해진다. 

이외에 충북 보은군의 폐교인 북암분교와 삼가분교도 ‘농촌체험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암 농촌체험관은 42억 원이 투입돼 본관동 리모델링과 관리동 1동 및 취사동 2동 신축, 야영장 35면이 조성됐다. 28억원이 투입된 삼가 농촌체험관은 본관동 리모델링과 취사동 1동 신축, 야영장 28면이 조성됐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속리산에 농촌체험관 건립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속리산을 방문해 주민들의 소득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안정적인 체험관 운영을 통해 이용객들에게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日 폐교 재활용 80%...국내서도 문호 넓혀야


국내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폐교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일본 역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매년 500여 곳의 폐교가 생겨나고 있다. 다만 일본은 폐교의 70~80% 정도를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모든 연령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도쿄장난감박물관’이 대표적인 예다. 폐교된 신주쿠의 요츠야 제4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1984년 개관한 이곳은 연간 12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실내 놀이터 겸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베지역의 ‘키타노 공방마을’도 눈에 띈다. 과거 키타노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본래 사용하던 건물과 교실을 그대로 보존한 독특한 인테리어의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다양한 공방과 양과자, 차 전문 가게들로 들어서 있다.

도쿄 ‘니시스가모창조사’는 아사히중학교가 탈바꿈한 것으로 교실과 체육관 공간이 연극이나 댄스 연습장으로 사용, 문화예술교육의 역할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 0.78로, 2021년보다 0.03명 감소했으며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폐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 국내서도 문호를 넓힌 폐교 재활용 방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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