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정부 예산 쏟아부어도 출산율 OECD 만년 꼴지
양육비 자녀 클수록 느는데...만 0~1세까지만 정부 지원?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부터 환기시켜야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에서 밑돌고 있다. 정부가 지난 15년 동안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며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까지 투입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출산율 최하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에 불과하다. 

저출산은 윤석열 정부에게도 국정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현 정부는 저출산 해소 정책에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현 정부의 출산 장려책들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에 본지는 현 정부의 주요 저출산 대응책들을 살펴보고 가능성과 한계점이 문제인지 짚어 봤다. 


정부 단발성 양육비 지원, '밑 빠진 독에 물' 지적도


출산에 앞서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많지만, 그 중 1순위는 단연 '양육비'일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0%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살인적인 부동산 시세에 주거 자립도가 크게 떨어진 데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물가가 치솟은 탓에 신혼부부들은 육아에 필요한 소모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부담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20·30대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맞벌이 무자녀 세대를 일컫는 소위 '딩크족'이 느는 추세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한 청년 비중은 지난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 온 끝에 지난해 기준 53.5%에 이른다. 

이에 저출산 리스크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내년도 육아·돌봄 예산을 대폭 늘렸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내년도 총예산인 15조4천억 원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봄 및 교육(1조3246억 원) ▲일·육아 병행(2조1531억 원) ▲양육비 경감(2조8887억 원) 등에 편성했다. 아동수당 및 첫만남이용권 제도 관련 예산은 올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역대급 세수 펑크에 국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하며 현금 지원 정책에 예산 배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양육비 예산 만큼은 늘렸다. 양육비 부담에 자녀를 갖는 것을 꺼리는 세대들로 하여금 출산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정부는 출산 가정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부모급여' 제도를 신설했다. 이는 출산·육아로 인한 부부의 소득 감소를 국고로 보전해 주는 제도로, 만 0~1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터는 만 0세 기준 월 최대 100만 원, 만 1세 기준 월 최대 50만 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부모급여의 경우 만 0~1세에 대해서만 현금이 지원되는 만큼, 국고 지원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통상 영유아기 자녀에 비해 초·중·고교생에 해당하는 청소년기 자녀에게 소요되는 양육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간한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저출산 정책 및 재정사업 분석>에 따르면 어린이집, 유치원, 공·사교육비, 자녀 돌봄비 등 양육비는 자녀의 나이와 비례해 늘어난다. 영유아의 양육비는 1인당 월평균 60.6만 원인 데 비해 초등학생 자녀의 경우 1인당 월평균 78.5만 원, 중·고등학생 자녀는 그보다 많은 91.9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러한 중장기적 양육비 지출 흐름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단발성에 불과해 출산을 장려할 만한 근본적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사교육비가 초·중·고 자녀 양육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집착을 유도하는 경쟁적 교육문화와 입시제도를 혁신하지 않는 이상 양육비 부담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세 폭등에 따른 주거 불안정, 일과 출산·육아 병행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식 및 보호장치 결여, 20·30대 남녀갈등 고조 등 결혼과 출산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현금성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프리픽 제공]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프리픽 제공]

"애 낳아도 돌볼 사람이 없어요" 일·가정 양립 해소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출산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느는 가운데,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엔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사회적 인식이 빈약해 저출산 극복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이 단절된 가장 큰 이유는 '육아'(42.8%)였다. 맞벌이 세대 증가로 남녀 공동육아가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이 조성되고 있지만, 직장에서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제 등이 보장되지 않거나 육아에 전념하려면 사실상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육아휴직 급여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고,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쓸 경우 지급되는 급여 인센티브를 월 최대 45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육아휴직자에게 눈치를 주는 등 직장 내 암묵적 분위기로 인해 육아휴직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사내 전담 신고센터 설치와 근로감독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직장인 부부가 경력단절 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로기간 단축제 적용 대상을 현행 만 8세까지에서 만 12세까지로 높이고, 적용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 밖에 오후 8시까지 기본 교육부터 방과 후 돌봄까지 지원하는 '늘봄학교'도 전국 459개교로 기존(214개교)의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를 늘봄학교로 운영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전국 시·도 교육청과 세부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제의 경우 정부 정책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실제로 자녀를 둔 근로자 부부에게 적용되는 사례는 적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한 근로자는 총 1만9466명에 불과했으며, 근로시간제 실적을 보유한 회사도 전체의 7.4%에 그쳤다.

이는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장려하는 사내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고, 나아가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들을 '업무 공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2021년 출생아 100명 기준으로 육아휴직 혜택을 본 근로자 수는 29.3명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려면 관련 정책이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위반 시 처벌 규정 등 법적 근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육아 지원책을 적극 홍보, 교육하는 등의 부수적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출산장려책이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출산장려책이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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