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의 반도체 수입 금지령에 韓 반도체 역진입 '전전긍긍'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상황 예의주시 속 정중동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국내 반도체산업이 미중 갈등이라는 '고래 싸움'의 한가운데로 내몰리면서 한국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미 외교 강화로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중시되는 와중에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로선 피동적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중국 정부(사이버정보국)는 최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자국 내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제품 구매를 전면 중단한다는 강경 조치를 내놨다. 같은 날 있은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대중 경제 압박을 사실상 공식화한 데 따른 맞대응성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中 '수입 금지령'에 韓 반도체 '마이크론 빈자리' 꿰찰까 노심초사 


중국 정부의 미산 반도체 수입 금지령은 당초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겐 중국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호재로 인식됐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의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으로선 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이번 미국산 반도체 수입 금지 조치로 발생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중국 매출 공백을 국내 기업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점유율 3위인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꼽힌다. 마이크론의 연간 반도체 대중 수출액은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9840억 원)에 이른다. 마이크론 반도체 총매출의 11%가량이 중국향(向)이다.

첨단산업을 장려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를 전면 배제하게 되면,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한국 반도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미 마이크론사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대신 국산 반도체 수입을 점진적으로 늘려 왔다.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이렇다 보니 미국은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중국 반도체시장에서 거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미·중 냉전 완화 등 외교적 기류 변화 등을 감안하면 마이크론 등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재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점유가 고착화될 경우, 자국 기업의 현지 시장 재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실제로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한국이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 상무부에 대책을 촉구한 바도 있다.   

이에 미국은 한국의 중국 반도체시장 점유 확대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미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 확대를 적극 피력하기도 난감한 상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일단은 외교적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미·중 상호견제라는 대외적 여건 속에 한국 정부가 외교 노선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치는 반향도 크게 갈릴 전망이다. 


미·중 '고래싸움'에 韓 정부·업계, 향후 대응 방향성 놓고 고심


국내 반도체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외교적 상황이 급변하자, 향후 수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미산 반도체 수입 금지 조치를 내심 환영하는 입장이나, 메모리 반도체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눈총이라는 반대급부도 만만찮다. 이에 미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으로선 강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녹아있는 시장 상황을 주도적으로 타개하기엔 한계가 엄존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대체 불가의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시선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미·중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리는 챙기는 섬세한 균형외교와 실리외교를 기대하고 있는 것.

현 정부도 미·중 외교전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입지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각론에 대한 의견서를 미 정부로 보냈다. 해당 의견서에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이 지원되는 국내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최대치를 5%에서 10%로 늘려달라는 요청이 포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형 캐시카우로 통한다"라며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틈새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부진 흐름을 끊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선은 정부가 외교적 활로를 뚫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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