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CFA, 식약처 "아스파탐, 일일섭취권장량 문제 없어"
논란 일축에도 일부 식음료기업들은 아스파탐 '손절'

최근 음료업계에서는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제로음료 등에 첨가되는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는 WHO의 발표로 식음료계 후폭풍이 거세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설탕의 단맛을 200배가량 낼 수 있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등재됐다.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군'으로 규정하면서다. 아스파탐은 지난 1965년 미국에서 개발돼 혈당이 높지 않고 칼로리 섭취는 줄일 수 있어 1980년대부터 '당류 제로' 식음료에 적용되고 있는 감미료다. 

국내에선 이로 인해 적잖은 혼란이 생겼다. 당장 아스파탐이 첨가된 당류 제로 식음료를 제조·유통 중인 기업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퍼진 것.

다만 식음료에 첨가되는 아스파탐은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 아니라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WHO의 공동 산하기구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점차 반전되고 있다. 식음료계의 딜레마도 상당부분 해소된 모양새다.

국내외 공인기관이 이처럼 아스파탐에 대한 '오해'를 일축했음에도 식음료계 일각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애초에 논란 소지가 있는 아스타팜을 자사 제품에 넣는 대신 대체 감미료를 모색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 IARC,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규정...국내외 기관 "적정 섭취, 문제 없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식약처 제공]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식약처 제공]

지난 14일 WHO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군인 '그룹2B'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룹2B는 역학조사나 동물실험상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섭취 시 발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제품군을 의미한다. 

IARC는 암 유발 가능성에 따라 등급별로 그룹A, 그룹2A, 그룹2B 등에 속하는 물질을 분류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로 술·담배·소시지·햄 등이 포함돼 있고, 발암이 '추정'되는 물질을 분류한 그룹2A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가 포함된다. 김치나 피클 등 절임류 채소와 전자파가 포함된 물질 등이 그룹2B에 속한다. 발암 가능성이 추정되는 아스파탐도 이번에 그룹2B에 등재됐다.

IARC의 이같은 조치에 JECFA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 기준을 조정하지 않았다.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인 40㎎/㎏을 유지하는 수준이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판단한 것. 

아울러 식약처도 아스파탐은 '현재 섭취량 수준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별도로 아스파탐의 허용치 조정을 단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스파탐이 첨가되는 다이어트 음료나 막걸리, 의약품 등에 대한 함량분 조정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조사된 내국인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하루 약 0.048㎎/㎏으로, JECFA에서 지정하고 있는 1일 섭취 허용량의 0.12%에 불과하다. 이는 현행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 기준으로 체중 60㎏의 성인이 250ml 다이어트 콜라(43㎎)를 매일 55캔(2.4g)을 마셔야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스파탐을 그냥 먹겠다고 공공연히 메시지를 내는 사례도 보인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SNS를 통해 제로콜라와 일반 콜라를 비교하며 "오리지널 콜라가 가진 전체 함량의 10%에 해당하는 당분이 가질 위험에 대한 고려를 해보면 암발생 이외에도 과체중, 당뇨병과 이로인한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고려가 돼야 한다. 그냥 지금처럼 제로콜라를 먹겠다"고 공언했다.


◆ 논란 일단락됐지만...식음료계, '안도'와 '손절' 교차


아스파탐의 암 유발 논란이 국제기구 JECFA와 식약처의 공식 발표로 일단락됐지만, 이에 대한 식음료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스파탐이 함류된 '펩시제로'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JECFA 발표가 난 직후 "펩시제로에 포함된 아스파탐 함량은 WHO에서 정한 일일섭취허용량 대비 미미한 양이 함유돼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아울러 아스파탐 첨가가 대세인 막걸리 제조사들도 국제기구 발표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무설탕 막걸리'로 매출 상승가도를 달리다 아스파탐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국내외 유관기관의 기민한 사실관계 확인에 소나기를 피했다는 입장이다.

한 막걸리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스파탐 논란이 터지고 줄곧 JECFA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당장 아스파탐을 대체할 첨가물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도 제품 안정화 단계까지 발생하는 각종 재정적 손해는 막대하다.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반면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일부 제과기업들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들도 기존 자사 제품에 첨가된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일일섭취량은 무해하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지만, 이미 아스파탐에 대한 공포심이 퍼진 상황에서 기존 제품군을 유지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에 아스파탐 대체 감미료를 PB(자체브랜드) 상품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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