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부산교대 통합 MOU 맺었지만 '의견수렴 불충분' 잡음에 난맥상
전교총, 한노총 등 교대 구성원 중심으로 권위 실추 및 부작용 우려도

[편집자 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지속되면서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교육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3 학령인구가 4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학교들 역시 통폐합 기로에 선 모양새다. 특히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지방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수강생 감소, 15년째 동결된 등록금에 대학 경영이 더욱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입학 정원 축소, 학과 통폐합, 교명 변경 등 눈물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인구 감소라는 사회현상을 극복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이대로는 공멸'이라는 대학가의 탄식이 만연한 가운데, 결국 궁여지책으로 대학간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뉴스캔>은 기획 연재를 통해 지방대 통폐합 현황을 집중 조명해 봤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대학 대 대학 통폐합'. 인구절벽을 맞은 우리나라 대학가의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 통폐합은 어느덧 대학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 고려사항이 됐다.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교 217곳 가운데 입학정원 미달이었던 학교는 무려 77곳이다. 아울러 올해부로 고등학교 3학년 학령인구는 40만대가 깨진 39만8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대로라면 지방부터 대학들이 자연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지방 대학들은 이를 학교 존폐와 직결될 수 있는 위기로 인지하고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방 국립대 위주로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사립대도 점차 이런 기류에 스며들고 있다.

국립지방대의 경우 지난 2021년 한경대-한국복지대, 경남대-경남과기대는 각각 한경국립대, 경상국립대로 통합을 마쳤고 부산대-부산교대, 충남대-한밭대 등 6개 지방 대학교들이 통폐합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 사립대인 명지대도 500억 원가량을 들여 명지전문대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통폐합 흐름은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통합학교 도입을 전면 확대, 지원하는 정책을 고심해야 할 단계"라고 제언했다.


◆ '통합 추진' 부산대-부산교대, 글로컬대 선정에도 내부 진통 여전


부산 금정구 소재 부산대학교 전경. [사진=부산대 제공]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 이슈가 국내 두 번째 지역거점 국립대와 교대간 통합 사례로 부각되면서, 교육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두 대학은 지난 4월 통합을 골자로 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통합 논의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분출한 '밀실 행정' 논란과 교육계 반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두 대학의 통합 MOU 체결은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대학가의 자발적 통폐합 흐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됐다. 아울러 국립지방대와 교대의 통합에 따른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하는 지역사회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향후 10년 안에 초등학생 인구가 4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만큼, 초등학교 교원 감소 또한 불가피한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부산대-부산교대 내부에서도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채 두 학교간 MOU가 체결됐다며 절차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교대가 부산대로 흡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거센 실정이어서 양교가 통합 수순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두 학교는 지난달 통합 혁신안을 토대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이로써 양교 통합 수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이하 전교총)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교총) 등 교육계 일각에서 양교 통합을 전면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적잖다. 

현재 양교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두 단체는 부산교대가 부산대와 통합되면 독립 교대에서 단과대로 지위가 떨어지게 되는 등 권위 실추는 물론, 교대의 독자적 운영권을 스스로 포기한 사례로 남아 전국에 퍼져있는 교대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부산교대 총동창회와 학생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내부 반발도 여전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교대·일반대 통합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총 회장단 및 전국 11개 교대 총동창회 회장단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교총 제공]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교대·일반대 통합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총 회장단 및 전국 11개 교대 총동창회 회장단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교총 제공]

전교총과 한교총은 앞서 지난 4월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대와 부산교대간 통합 MOU 철회를 요구하며 "철회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부산교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 지역 주민과 함께 총장 퇴진 운동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부산대 차정인 총장이 지난 4월 19일 종합교원양성체제 추진을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교대를 찾았을 당시에도 교대 동창회 등의 저지로 인해 행사장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MOU 체결식은 서면으로 대체됐다.

두 대학은 통합 MOU 체결 이후 오는 9월부터 공동 실무추진단을 통해 통합 방식 및 일정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통합교육캠퍼스 입지, 교직원 고용승계 여부도 중대 논의점이다. 다만 실무추진단 인적 구성과 출범 시기 등에 대해선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교대의 경우 공동 실무추진단 구성에 대한 자체 투표와 사전 의견수렴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난맥상이 짙은 상황이다. 부산교대에 따르면 공동추진단 구성을 놓고 진행된 사전 투표에 참여한 교수는 전체 80여 명 중 30명, 학생은 학과 대표 등 10여 명에 불과해 투표권이 극도로 제한됐다는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부산교대 관계자는 "통합 공동추진단 구성 전 의견수렴 과정에서 교수, 학생 전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재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와 별개로 부산대와 큰 틀에서의 통합 실무 논의는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교대 전·현직 총장의 '일방통행' 통합 추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지난 12일 오세복 총장을 비공개로 통합을 추진하고, 총동창회에 기별도 없이 통합발전기금을 수령했다며 직권남용 및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도 한 언론사 기고에서 부산교대 동문회가 양교 통합에 공감했다는 취지로 적시한 데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다만 부산교대 측은 이와 관련, 애초에 총동창회 등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통합이 추진될 수 없으며 총동창회의 고소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진 '졸속 통합 추진' 논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칠 방침이라고 교대 측은 전했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은 MOU 체결 이후 공동추진단 구성 단계에 임박한 상황이지만, 이처럼 주요 구성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통합 절차에 속도를 높이기엔 현실장벽이 높다는 분석이다. 양교 통합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입각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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