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 졸속 추진 후폭풍 우려...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강원대 "글로컬대학 사업 본지정에 앞서 구성원 '과반 동의' 자신"

[편집자 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지속되면서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교육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3 학령인구가 4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학교들 역시 통폐합 기로에 선 모양새다. 특히 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지방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수강생 감소, 15년째 동결된 등록금에 대학 경영이 더욱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입학 정원 축소, 학과 통폐합, 교명 변경 등 눈물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인구 감소라는 사회현상을 극복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이대로는 공멸'이라는 대학가의 탄식이 만연한 가운데, 결국 궁여지책으로 대학간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뉴스캔>은 기획 연재를 통해 지방대 통폐합 현황을 집중 조명해 봤다.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대학 대 대학 통폐합'. 인구절벽을 맞은 우리나라 대학가의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 통폐합은 어느덧 대학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 고려사항이 됐다.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교 217곳 가운데 입학정원 미달이었던 학교는 무려 77곳이다. 아울러 올해부로 고등학교 3학년 학령인구는 40만대가 깨진 39만8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대로라면 지방부터 대학들이 자연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지방 대학들은 이를 학교 존폐와 직결될 수 있는 위기로 인지하고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방 국립대 위주로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사립대도 점차 이런 기류에 스며들고 있다.

국립지방대의 경우 지난 2021년 한경대-한국복지대, 경남대-경남과기대는 각각 한경국립대, 경상국립대로 통합을 마쳤고 부산대-부산교대, 충남대-한밭대 등 6개 지방 대학교들이 통폐합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 사립대인 명지대도 500억 원가량을 들여 명지전문대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통폐합 흐름은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통합학교 도입을 전면 확대, 지원하는 정책을 고심해야 할 단계"라고 제언했다.

강원대 전경.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강원대-강릉원주대, '1도 1국립대' 추진 속 의견수렴은 난제


5년간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1도(道) 1국립대' 혁신안을 제시한 강원대·강릉원주대가 예비지정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두 대학의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과거 강원대와 삼척대 통합에 따른 여파가 잔존한 가운데, 강릉원주대와의 통합 문턱을 넘기까지 양 대학의 촘촘한 의견수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8일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에 따르면 정부 지원사업에 공동 참여하면서 제출한 혁신기획서의 핵심은 '강원 1도 1국립대' 모델이다. 도내 국립대를 하나의 통합형 거대 캠퍼스로 키워낸다는 어젠다로, 이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내 상아탑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운다는 미래 청사진이다. 

해당 혁신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통합대학은 캠퍼스마다 부총장을 두고 춘천·원주·강릉·삼척 캠퍼스를 각각 교육연구 거점, 산학협력 거점, 지학연협력 거점, 지역산업 거점으로 특성화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해 입학정원을 오는 2030년 5800명에서 2040년에는 5000명으로 점진적 감축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여기에 강원도민 학생비율을 오는 2040년까지 65%까지 끌어올려 도내 최대 통합대학으로서 지역 정체성까지 드높인다는 계획도 담겼다. 

현재 이같은 기획안이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이라는 1차 문턱을 넘었지만, 정부 지원이 최종 확정되는 본 지정에 앞서 실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각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최종 관문이 남아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구성원 과반 동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강원대 대학본부 한 관계자는 "이미 혁신기획서는 정부 1차 심사에서 참신성과 기획성을 인정받은 상태로, 남은 문제는 사실상 실행계획서에 담길 구성원 동의 여부"라며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지만, 글로컬사업 예비선정에 대체적으로 고무된 분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구성원 과반 동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컬대학 정부 사업 선정에 화색을 보이며 "구성원들이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잘 설득해 나가겠다"고 구성원 동의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획서에 제시된 '탑클래스 통합학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양교 통합에 회의적인 시각도 엄존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국내 지방대를 중심으로 통폐합 흐름이 거세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국내 지방대를 중심으로 통폐합 흐름이 거세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강원대는 지난 2월 강릉원주대와의 '1도 1국립대' 프로젝트를 재추진키로 확정한 이후 학생·교수·교직원 대표단을 대상으로 공청회와 설명회를 꾸준히 가졌다. 그럼에도 강원대 교수회와 총학생회는 지난 2006년 강원대와 삼척대 통합을 결코 성공 사례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자칫 졸속 통합이라도 이뤄질 경우 강원대의 브랜드 가치 추락은 물론, 통합 주체간 정서적 간극과 역량 차이로 인한 내부 갈등이 분출할 수 있어서다.  

강원대 총학생회 소속 한 재학생은 "우리 학생회가 주장하는 것은 통합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역사나 규모가 다른 두 집단을 급속 통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역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글로컬 사업 예비선정에 도취되어 기류에 휩쓸린 통합이 이뤄진다면 과거 강원대-삼척대 통폐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강원대 재학생은 "글로컬대학 사업에 최종 선정되기 위해 학과 통폐합 등을 급진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시너지는커녕 실효성은 떨어지고 내부 반발만 커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두 학교의 주요 학과를 합치는 탑클래스 통합학과는 실효성이나 결속이라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크다"고 했다. 

이에 강원대 측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같은 우려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통합에 따른 진통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학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강제 통합설'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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