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학號 출범 당해 IBK증권 순이익 50%대 회복, 실적 '청신호'
IBK그룹과의 시너지 확대 위한 전담조직 발족하며 성과 가시화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사진=IBK투자증권 제공]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사진=IBK투자증권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서정학 IBK투자증권(IBK증권) 대표는 올해 3월 자사 파생상품 사업 부진으로 빚어진 막대한 손실을 회복하는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특히 취임한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괄목할 만한 실적 회복세를 보이자, 서 대표의 리더십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다만 IBK증권이 실적 부진세를 온전히 털어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서 대표의 IBK증권은 여전히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등 개선책 마련에 꾸준히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신사업 전개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특화 증권사'라는 정체성 부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핵심 계열사로서 IBK그룹과의 시너지 증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적 대응책에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BK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서 대표의 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30년간 그룹 내 금융·자산운용·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파로 손꼽힌다. IBK증권을 위기의 늪에서 건져 올릴 '구원 투수' 서 대표의 활약상에 이목이 더욱 쏠리는 배경이다.


◆ 서 대표의 '성공 DNA', IBK증권에서도 통했다


IBK증권은 지난해부터 실적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투자사업에서 채권평가 손실이 대거 발생하면서다. 이에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408억원으로 2021년(1120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서 대표가 IBK증권을 맡게 된 것도 일차적으로는 이러한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함이다. 그룹에선 증권분야에서 이력은 전무하지만 그간 금융 및 자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그가 재무 리스크를 훌륭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서 대표는 과거 IBK기업은행 싱가포르·뉴욕 지점에서 각각 근무한 바 있고, 2018년에는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그 이후로는 IB지원부장, 글로벌 자금시장그룹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당면한 증권부문 실적 부진 극복은 물론, 미래 사업지속성 확보까지 두루 역량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그는 IBK저축은행 대표 재임기인 2021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 183% 성장'이라는 대파란을 일으킨 바도 있다.

서 대표의 이러한 '성공 유전자(DNA)'는 IBK증권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IBK증권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602억원이다. 전년(396억원)보다 206억원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4451억원을 달성한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뒤이어 세일즈 부문이 1467억원, 기업금융(IB) 부문이 804억원, 자산관리(WM) 부문이 447억원, 중소상공인(SME) 솔루션 부문이 17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적에서 고점을 찍었던 2021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남은 여정이 있지만,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고금리 장기화 등 겹악재를 감안하면 매우 선방했다는 게 중평이다. 모기업 IBK기업은행에 대한 이익 기여도 역시 지난해 8.3%에 불과했던 것이 올 들어 두 배 수준인 15.7%로 껑충 뛰었다.

이에 서 대표가 IBK 정통파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그룹 증권계열사 회생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IBK금융그룹 내에서 지점과 본점을 두루 거치며 여러 중임을 거쳤다. 이 궤적을 토대로 그는 IBK증권에도 중소기업에 특화된 사업 메커니즘이라는 고유의 색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그 일환으로 IBK증권 사장 취임과 동시에 SME 솔루션 부문을 신설했다. 기업 인수합병 컨설팅을 비롯해 신사업 업무 지원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9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승계 펀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차별화 사업 모델을 착근시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기업승계 펀드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거나, 매각이 불가피한 기업의 경우 지분을 인수해 타 기업과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지난달에는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해 웰컴저축은행과도 업무협약을 맺으며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IBK증권이 펀드상품 개발과 기획을 담당하고 웰컴저축은행이 영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 밖에도 IBK증권은 그룹과의 시너지 확대에도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올 초 취임 후 시너지추진부문을 꾸리며 IBK기업은행 등 주 계열사와의 협업체계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에 따른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은행과의 복합점포에서 대출 영업 실적이 고개를 들고 있고, IBK증권이 운용하는 자금의 일부를 기업은행으로 분산시키며 지난 10월까지 총 3500억원에 달하는 예금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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