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차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쟁취 3차 시도...현실장벽 높아
'일선경영 복귀' 박찬구 그룹경영 정상화 및 장남 경영승계 작업 박차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재차 경영권 분쟁 내홍에 휩싸였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을 등에 업고 주주제안에 나서면서다.

이는 금호석화 그룹의 실권을 쥐고 있는 박 회장을 정조준한 행보로, '조카의 난'이 본격화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2021, 2022년에도 박 전 상무의 주도로 이같은 그룹 내 주도권 분쟁이 있었으나, 주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금화 '3차 조카의 난', 박철완의 시나리오와 향후 거취는


차파트너스와 동맹을 맺은 박 전 상무는 다가오는 3월 개최될 그룹 정기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 및 그에 관한 정관 변경안과 감사위원행(行)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테이블에 올린 상태다. 이와 관련, 박 전 상무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경영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룹 실권자인 박찬구 회장을 향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금호석화 그룹의 이번 '내란'은 박 전 상무의 주도권 쟁취 시나리오가 핵심 쟁점이다. 차파트너스 선택 배경, 주주 호응 여부, 주총 패배 후 행보 등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우선 박 전 상무가 우군으로 차파트너스를 지목한 배경이 최대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의 선택 배경으로 차파트너스의 '행동주의'를 꼽는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위 '행동파 주주'의 표심을 노려보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금호석화 그룹의 '조카의 난'은 이번에 3번째다. 박 전 상무는 앞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명분을 앞세워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주총 힘싸움에서 밀려 무산됐다. 이렇다 보니 이번 주주제안에 앞서 그는 금융가에서 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차파트너스를 지목하며 철갑탄을 장전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부터 사조오양, 남양유업 경영권 쟁탈전에 적극 개입하는 등 공격적 포트폴리오 확장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번 동맹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건은 박 전 상무가 이번에는 주총 표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다. 박 전 상무는 현재 9.1%의 금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에게 힘을 실어줄 모친과 장인, 누나, 차파트너스 지분까지 다 합치면 10.8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박 회장은 현재 자신의 고유지분 7.14%와 장남·장녀 지분까지 모두 15.89%의 지분을 갖고 있어, 박 전 상무와는 5%대 지분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지분 공유를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하면 박 전 상무는 박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최대 2%대로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박 회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3월 주총이 임박한 시점에도 지분확보 움직임이 미미해 3차 시도 또한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 전 상무는 지난 2002년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창업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은 이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장내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당시 지분율은 지금과 유사한 10%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박 전 상무의 추가 주식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와의 동맹이 이번 주총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박 회장에 대한 그룹 차원의 신임도가 탄탄하다는 점도 박 전 상무가 넘어야 할 현실장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상무로선 이번 주총에서 패한 이후 행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2차례에 걸쳐 경영권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동력이 좌초된 상황에서, 이번 주총마저 패한다면 향후 경영권 쟁취를 위한 금융 파트너십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너 일가의 탐욕'이라는 부정 수식어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부담도 적잖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가 주가 띄우기에 나서는 등 출구전략 구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3번에 걸쳐 그룹 쟁취에 나선 궤적을 감안하면,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총에서 패하더라도 추가지분 확보에 골몰하며 와신상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3차 조카의 난까지 무위로 돌아갈 경우 박 전 상무의 그룹 내 입지나 위상이 크게 위축되며 '박찬구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엄존한다.


박찬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경영 정상화 & 경영권 방어'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일선 후퇴를 선언한지 불과 반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개선하고, 장남인 박준경 사장의 승계 밑작업을 지원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서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22일 기업공시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6조3223억 원, 35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7%, 68.7% 감소했다. 이는 중국의 공격적인 외연 확장과 합성고무 등 전방산업의 가동률 부진 등이 맞물린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원류 총수의 경영 노하우가 절실하다는 내부 제언이 잇따랐고, 이는 박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은퇴를 선언했다가 결국 당해 11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로 전격 복귀를 선언했다. 오는 2025년까지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은 상태였지만 지난해 광복절 특사가 이뤄지면서 경영 복귀가 가능했다. 

이로써 계열사 대표지만 그룹 총수로서 실권을 쥔 그가 그룹 차원의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상황이다. 이에 박 회장은 시장 불투명성이 커진 중국 진출 등 투자를 억제하는 한편, 내실을 다지는 보수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박 회장은 장남 박준경 사장의 경영권 승계 발판을 닦으며 금화 최대 개인주주인 박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 해소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차 조카의 난을 제압하게 되면 6%대 지분을 보유한 박 사장이 그룹 경영권 중심부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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