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차남 '조현문의 난', 효성 그룹 물적분할 동기 됐나
조현준 '섬유', 조현상 '첨단소재' 영역구분으로 경영권 강화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좌)과 조현상 부회장(우) [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좌)과 조현상 부회장(우) [사진=효성그룹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재계 31위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추가로 설립하며 기존 조현준-조현상 형제 공동경영 체제에서 분리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계열분리 가능성이 솟구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효성 3세대 경영라인의 양대 축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처럼 각자 경영에 나선 것은 대외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분석이나, 재계에서 빈번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오너가의 결속을 더욱 드높이려는 시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효성-효성신설지주 분할체제 가시화..."제2 조현문의 난은 없다"


지난 26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효성은 앞서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광주일보 등 6개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이같은 안이 최종 승인되면 7월부로 효성은 존속사인 효성과 지주사인 효성신설지주 2개 체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연매출 19조 원의 효성은 물적분할 비율 0.82, 7조 원대 매출 규모의 신설 지주는 0.18의 비율을 가져갔다.  

효성가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의 지휘봉을 잡고, 장남인 조현준 회장은 섬유·중공업·건설 등 전통 사업부문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ITX, 효성TNS, FMK가 잔류한 존속사 효성을 이끌게 됐다. 지주사를 맡은 조 부회장은 그룹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첨단소재 사업부문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당초 효성가는 두 형제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해 왔다. 조 회장은 섬유·무역·IT 계열의 실무를 담당해 왔고, 조 부회장은 미래전략 및 산업자재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는 재계 오너가의 전형적인 경영승계 작업 패턴이다. 오너가 장남에게는 그룹 최대 사업군을 맡기고, 차남 또는 삼남에게는 신사업 위주의 계열사를 맡기는 방식이다.   

효성의 모태도 1996년 설립된 동양나이론인 만큼, 조 회장이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화학부문 등 핵심 계열사를 물려받은 것도 그 이러한 경영권 승계 방식에 속한다. 애초에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불화가 없도록 내부 교통정리를 일찌감치 한 셈이다.

조현준-조현상 공동경영 체제는 지난 2018년 그룹 인적분할과 함께 지주사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두 형제는 각자 맡은 사업부문에만 주력하며 별다른 잡음 없이 공동경영을 이어 왔다. 이는 재계에서 흔히 경영권을 놓고 발생하는 '형제의 난'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석래 명예회장의 포석이라는 게 업계 중평이다. 

또 효성의 이같은 움직임은 10년 전 있었던 효성그룹 내홍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2014년 효성가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장남인 조 회장과 최측근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며 경영권 분쟁의 포문을 열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상황이 수습됐으나, 이는 효성그룹에 잔혹사로 남아있다. 

  효성그룹 본사 전경 [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 본사 전경 [사진=효성그룹 제공]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뉴스캔>에 "효성그룹은 10년 전 '조현문의 난'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일념 아래 일찌감치 물적분할로 장남, 삼남 공동경영 체제를 꾸렸다"면서 "이번 각자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은 이러한 경영권 분쟁 불씨의 싹을 자르면서도 두 3세 오너경영인의 책임경영과 경영권을 더욱 두텁게 가져가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분정리로 각자경영 체제 굳히나...위기 타개책 일환


이런 가운데, 한동안 두 형제 경영인은 효성그룹 울타리에 있겠지만 결국 각자 지분 정리에 나서며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지주사 효성의 지분구조는 조 회장(21.94%)과 조 부회장(21.42%)이 최대 주주인 가운데, 조석래 명예회장이 10.14%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형제 경영인들의 지분이 팽팽해 긴장감이 팽배한 모습이지만,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에 지분이 없고 조 부회장 역시 효성티앤씨에 지분이 없어 상호 지분 정리가 이뤄진다면 분리 경영이 용이한 구도다.

만약 두 형제가 적극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신설지주회사를 효성그룹에서 떼어내는 결정을 하게 되면 확실한 각자경영 체제가 성립될 전망이다.

현재 계열사 물적분리 작업에 한창인 효성그룹은 전방산업의 위축으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조 회장의 주력인 효성티앤씨의 경우 스판덱스 해외실적 회복 둔화로 중대 선결과제를 맞았고, 조 부회장의 효성첨단소재도 경기 불황에 타이어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등 수요가 줄어 고전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8.3% 감소한 20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각자경영 체제를 꾸리며 책임경영 의지를 굳히면서도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시켜 각 지주사별 운용효율을 높인다는 것이 효성의 거대 구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신사업 및 인수합병 등에 주력하며 현 침체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이 관통한 상황이어서, 두 형제의 지분 정리 수순에도 곧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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