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지난해 수출액 1조2800억으로 전년比 24% 급속성장
유럽 '김치 데이' 지정에 미국에서는 김치 초대형마트 판매까지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라면, 김치 등 K-푸드의 해외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K-푸드가 무역 효자품목으로 거듭나는 양상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글로벌 경기불황에 우리나라의 무역지수도 불안정한 기류를 타고 있지만, 한국의 대표 토속음식인 김치를 비롯해 김, 라면 등이 해외에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며 수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K-문화컨텐츠의 글로벌 인기 도약에 힘입어 K-푸드에 대한 인지도 역시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음식이 단순 고유 문화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격 상승과 국가 인지도 확대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특히 라면(24.4%), 쌀가공식품(18.9%) 등 가공식품의 전년 대비 수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라면과 쌀가공식품의 지난해 수출액은 각각 9억5240만 달러(약 1조2800여억 원), 2억1630만 달러(약 2914억 원)였다. 라면과 궁합이 좋은 김치 역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해 해외에서도 '면역성이 좋은 음식'으로 각인되며 수출량이 느는 추세다.  


◆ K-라면 글로벌 인기에 농심·삼양 실적도 수직상승


우리나라의 라면은 글로벌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의 라면 광고를 비롯해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해외로 전파되며 최근 전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상식에서 주목받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기생충과 OTT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라면이 등장한 것이 이러한 상승세를 기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 라면 제조브랜드인 농심은 해외에서의 이같은 K-라면 돌풍은 '한국의 매운맛'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한다. 외국에서 대체적으로 '누들'로 알려졌던 한국의 라면은 일본, 태국, 인도,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는 라멘, 누들 등과는 차별화된 특유의 매운 맛이 있다는 것이다. K-라면 최대 수출국은 중국과 동남아로, 미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매운 맛에 익숙한 중국과 동남아를 차치하더라도, 한국적 매운 맛에 덜 익숙한 미국이 이렇듯 최대 판매국 반열에 오른 것은 상징적이라는 것이 국내 라면업계의 중평이다. 나아가 이는 K-컨텐츠의 문화 가교 역할과 K-푸드의 우수성이 시너지를 낸 데 따른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을 공급하고 있는 농심은 2025년 미국 제3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농심은 역대 최초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00억 원대를 돌파한 230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5.24% 오른 수치다. 미국 생산라인 증설도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함으로도 풀이된다. 농심 관계자는 "내년도 제3공장이 건립되면 미국 라면 수출량도 현재 대비 20~30%가량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초히트를 치면서, 국내외에서 매운 맛으로 정평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불닭볶음면은 지난 2014년 인기 유튜브 채널인 '영국남자'에서 소개된 이후 '불닭 챌린지'가 소셜미디어(SNS) 물결을 타며 인기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이후 60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1500억 원대를 기록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북미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청년층 라면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확장을 위한 라면업계의 신제품 개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중동·인도네시아 수출로 확보를 위해 무슬림 식문화를 고려한 '새우 신라면'을 선보였다. 무슬림의 대원칙인 '돼지고기 금식'을 감안해 돼지고기 대신 새우를 라면에 첨가한 것이다. 이 밖에 농심은 김치라면, 베지테리안라면, 너구리우동, 뚝배기라면 등에 대한 할랄 인증도 취득했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 전용 제품인 불닭 브랜드 제품은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X핵불닭볶음면, 하바네로불닭볶음면, 야키소바불닭볶음면 , 똠얌불닭볶음탕면 등을 출시한 바 있다.


◆ 김치, '면역식품'으로 해외서 각광...잼처럼 발라 먹기도


K-푸드의 해외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K-김치 제품 [사진=대상 종가 제공]
K-푸드의 해외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K-김치 제품. [사진=대상 종가 제공]

우리나라의 토속 음식인 김치도 글로벌 인기가 한창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면역'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며 김치도 대표적 '면역 식품'이라는 인식이 해외에서 확산되면서다.

심지어 최근 영국에서는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등 유럽에서의 김치 열풍이 거세다. 영국 외 유럽 각국에서도 김치의 날과 같은 기념일을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K-김치의 해외 강세에 김치 수출량도 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도 전년 대비 10.5% 증가한 1억5560만 달러(약 2096억 원)로 집계됐다. 

수출국별로 살펴보면 미국, 아세안, 독립국가연합(CIS) 김치 수출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미국과 CIS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6.7%, 16.5% 늘은 17억4130만 달러(약 2조3000여억 원), 4억6190만 달러(약 6224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과거 한인마트에서만 판매됐던 김치가 현재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될 정도다.

국내 김치 전문기업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상 종가는 이달 해외 수출용 신제품인 'DIY 김치 페이스트'와 '김치 스프레드' 2종을 출시했다.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의 취식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DIY 김치 페이스트는 김치를 샐러드와 같이 즉각 버무려 먹을 수 있도록 양념 형태로 출시된 제품이다. 김치 스프레드의 경우 햄버거, 샌드위치 등에 잼처럼 발라먹을 수 있도록 최적화한 제품이다. 

CJ제일제당도 기존 비비고 김치를 단지형 김치로 출시해 수출에 나서고 있다. '비비고 단지 김치'는 발효식품 특성상 수출 과정에서 가스, 효모 생성으로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는 문제점이 개선된 제품이다. 수출경로가 먼 유럽, 미국 등지에서도 언제나 신선한 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밖에도 김밥, 떡볶이 등 K-스트리트 푸드도 해외에서 최근 인기 상승가도를 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떡볶이의 경우 작년부터 미국, 호주 등 해외 2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며 "김치, 라면 등 한국 특유의 '레드 제품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떡볶이도 새로운 캐쉬 카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도 해외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생산성과 브랜드이미지 홍보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K-컨텐츠의 글로벌 입지 상승과 함께 K-푸드의 위상이 오르고 있는 현 시점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곡물시세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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