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리튬, 희토류 등 원자재 사용제품에 보조금 혜택...배터리 재활용 시장 '수혜'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정현호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이 추진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CRM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자 유럽연합(EU)이 전 세계적인 원자재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IRA처럼 유럽 내에서 생산된 리튬, 희토류와 같은 원자재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한 법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격인 EU집행위원회는 다음달 14일께 CRMA 법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 권역에서 생산된 리튬, 희토류 등의 원자재가 사용된 제품에 대해서만 세금과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 CRMA 목적도 IRA와 동일한 '탈 중국'

무엇보다 CRMA는 미국의 IRA처럼 표면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실제 EU는 3년 단위로 핵심 원자재를 지정하고 있는데 2020년의 경우 지정된 원자재 30개 중 19개가 중국산이었다.  

CRMA가 본격 시행되면 유럽에서 직접적인 광물 채굴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원자재를 조달하는 기업들이 많아져 결국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RMA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추출한 원자재가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해 3월 'EU 배터리 법안'을 별도로 채택해 배터리 법안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한층 강화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국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계가 장기적으로 성장 시그널을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확산으로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에는 57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이어 포스코도 '호시탐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이미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시스템 설비를 구축하고 보강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을 투자해 배터리 주요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오창공장에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SDI도 지난 2020년 천안·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 전문업체가 수거한 뒤 공정을 거쳐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같은 광물 원자재를 추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회사는 이후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거점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을 통해 원자재 재활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성장동력으로 BMR(Battery Metal Recycle)을 선정해 최초 개발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내세워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광물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위치한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을 준공,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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