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서식처부터 자연 현상 완화까지...‘보존가치’
인위적 요인 ‘소실·훼손’...정부, 습지 보존 정책 내놔

경작지 개발과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습지가 훼손되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경작지 개발과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습지가 훼손되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캔=신아랑 기자] 경작지 개발과 시설물 건축 등으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습지 훼손이 가속화되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습지는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자연 현상이나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홍수가 발생했을 때 하천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춰주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0.4ha(4,000㎡, 약 1,200평)의 습지는 6,000㎥ 이상의 수량을 머금을 수 있고, 습지 1㎡당 1.5㎥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습지는 홍수의 유속을 느리게 하면서 범람지역에 많은 양의 영양분을 제공하고, 이러한 영양분은 물속에서 미생물 활동과 습지식물 성장을 왕성하게 해 수서곤충이나 어패류에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서곤충과 어패류만 해도 물새나 양서·파충류, 소형 포유동물의 먹이가 됨으로써 습지 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하게 된다.

또 습지는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 40% 이상을 흡수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지표면의 약 6%를 차지하는 습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주며, 미시적 측면에서는 특정 지역의 대기 온도 및 습도 등 국지적인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습지는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방지 기능, 수질 정화 기능, 생물종다양성 유기 기능 등의 역할을 한다. 


◆멸종위기야생생물 대거 서식...보존 가치 높아


내륙습지 생물종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현황. [사진=환경부]
내륙습지 생물종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현황. [사진=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륙습지 1,061곳에서 6,786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걸로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식물 2,368종, 양서류 17종, 파충류 19종, 어류 199종, 육상 곤충 3,623종,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235종, 조류 288종, 포유류 37종으로 파악된다. 

특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67종 중 116종(약 42%)이 습지에 서식할 만큼 습지의 보존적 가치는 상당하다.

이런 습지가 사라지고 있는 게 문제다. 환경부가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99개 습지 중에서 174개가 매립, 경작, 개발 등 인위적 요인으로 소실됐다.

훼손이 확인된 습지 중 대부분이 논, 밭,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되거나 골프장 조성, 도로 개발, 산업단지 등과 같은 시설물 건축 개발로 이용됐다.

대부분 사유지로 개발제한, 지가하락 등을 우려하는 토지소유자의 반대 등으로 습지 보전 관리대책 추진에 한계가 있어 습지 보호지역 외 개발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

오염이 심각했던 윤남못이 마일 주민들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가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오염이 심각했던 윤남못이 마일 주민들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가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최근 논란이 된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윤남못 습지는 훼손이 심각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윤남못은 예로부터 신엄리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쓰기도 하고 가축들에게 물을 먹이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수도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윤남못이 방치되기 시작했고, 각종 쓰레기로 오염이 심해졌다.

2001년에는 신엄리 청년회에서 석축을 쌓고 계단을 설치하면서 연못을 정비하기도 했지만 생태계교란종이 서식하면서 연못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2021년 윤남못의 옛 모습을 돌려놓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나서 정비 활동과 생태교육을 하며 현재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남못 일부가 다시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습지 일부 지역에 건축허가가 승인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문호천 수대울 하천 습지 역시 2013년에는 원시 자연적인 상태로 잘 보전됐으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하천 정비사업 후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 습지 기능 평가 이어 '보전 계획' 내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습지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 보전 기능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활동에 나섰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하는 ‘제4차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까지 습지보호지역을 기존 1634㎢에서 173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습지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과학 기반의 습지 조사 및 평가, 습지의 실효적 보전·관리, 습지의 현명한 이용 활성화, 습지 관리의 협력기반 강화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것.

습지보전기본계획은 ‘습지보전법’ 제5조에 따라 환경부가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5년마다 전국의 내륙습지와 연안 습지의 보전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계획이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습지는 전 세계 생물 종의 40%가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탄소흡수원”이라며 “4차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생물 다양성 증진뿐만 아니라 기후위기까지 해결하기 위한 습지의 보전·관리 실천전략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습지의 탄소흡수‧배출 기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복원을 통해 흡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습지생태계 가치평가 및 가치증진 기술개발사업(2022~2026)’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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