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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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캔=이동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냈다. 높아진 금리 덕분이다. 금리 상승기였던 지난해 은행권은 대부분 이자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농협을 뺀 나머지 은행의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95%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금리가 오르며 대출 이자 등으로 국민은 허덕이고 있다. 대다수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 장기불황 여파에 수입이 일정치 않아 높은 금리를 부담해서라도 대출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는 건지, 정작 은행들은 임직원 퇴직금과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는 ‘돈 잔치’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나 늘었다. 은행별로는 농협 6706억원, 국민 2044억원, 신한 1877억원, 하나 1638억원, 우리 1556억원 순이다.

이 기간 은행은 1인당 평균희망퇴직금도 적게는 2억9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1000만원을 책정했다. 기본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최대 6억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은행이 올 초 성과급 지급 규모나 임금인상률을 전년보다 확대했다.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높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KB금융은 24일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CEO 퇴직금 지급 규정’을 명분화하기도 했다.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무리가 아닌 이유다. 

KB금융이 하나금융 규정을 참고한 만큼 윤 회장은 일반 퇴직금에 특별퇴직금까지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10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해 50억원의 특별공로금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고금리 시대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금융사는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나몰라라 하고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해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도 불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은행권 임금 및 성과급 체계를 ‘돈 잔치’로 간주하고 금융당국에 ‘특단 조치’를 내렸다. 이후 ‘성과급 과다 지급’ 논란이 금융권 전체로 회자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성과 보수 체계 개선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임직원, 노조가 엮여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얘긴데, 그렇다 하더라도 금리 상승기 거둬들인 이자 수익으로 은행이 퇴직자에게 ‘목돈’을 챙겨줬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금융사는 고객이 오랫동안 자산관리 파트너가 돼 주길 원한다. 그러나 고객이 맡긴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하며 성장한 은행이 서민 경제를 외면한 체 제 이득만 챙기려 한다면 어떻게 은행을 신뢰하고 노후 자금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돈 잔치로 얼룩진 은행의 행태가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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