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리더 하기엔 보수적인 ‘집단’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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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캔=이동림 기자] ‘유리천장.’ 능력 및 자격과 관계없이 주로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다. 즉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흔히 대기업의 불공정함을 지적할 때 쓰인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카드사들은 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집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23개 금융사 임원 899명 중 여성은 84명(9%)에 그쳤다.

이 중 하나카드는 주요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상근직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전체 19명의 임원 중 사외이사 2명이 여성인데 모두 비상근 임원이다. 사실상 회사에 상시 출근하는 여성 임원이 없는 셈이다. 이마저도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지니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는 기업을 책임지고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이 없다.

애석한 일이다. 카드사들의 여성 직원 비율이 50% 안팎을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여성 비율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별을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현재 사내에 실력 있는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또한 이런 조직 체계에 대해 상근직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고, 신입 공채 출신 및 계약직 직원에서 정규직 직원이 되면서 경력, 나이 등이 젊다는 이유를 댔다.

말하자면 임원으로 오르기 위해선 이 같은 조건이 필요한데 아직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그룹(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승진 제도 등 여성 우대‧교육을 운영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 측의 해명은 성평등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장벽은 두껍기만 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차세대 여성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그룹의 운영 성과와도 대조된다. 하나금융이 운영 중인 차세대 여성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은 여성의 행동, 목소리, 감성으로 혁신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룹은 이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총 70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고, 6명을 임원으로 선임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계열사의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의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있지만 하나카드와는 별개의 얘기다.

이를 두고 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 임원의 증가는 조직 내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포용성을 증가시켜 창의적인 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실력 있는 여성 임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고 자란 여성 청소년들에게도 이는 많은 본보기가 된다며 앞으로 여성 임원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나카드 경영진이 돌이켜 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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