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 대 강 대치 지속에 정치불신과 피로감 증폭된 탓
일각에선 제3지대 출몰 가능성에 무게...여야 비주류 신당?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 마포구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캔DB]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 마포구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캔DB]

[뉴스캔=박진용 기자]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정확히 1년가량 앞둔 가운데, 여야 1당으로 양극화된 정치 구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른바 '무당층'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존 여야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만큼, 정치권 제3지대의 출현과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최근 여야는 각종 정무 이슈를 비롯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 국회 쟁점법안들을 사이에 두고 살얼음 정국을 걷고 있다. 이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국회는 여야 다수당의 완력 과시의 장이 됐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총선 최대 캐스팅 보트인 중도·무당층이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민심이 반영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제22대 총선을 1년 앞둔 가운데 다시 한 번 제3지대론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당층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최근 시동이 걸린 선거제 개편의 향방에 따라 제3지대 세력화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를 실시한 결과,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無黨)층'이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각각 33%, 32%로 박스권에서 대동소이했다. 

동 조사에서 무당층은 올해 꾸준히 20%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새 정권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무당층은 18% 수준에 불과했으나, 불과 1년 사이 10%가량 늘어난 것. 이는 여야 정쟁 지속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성에 대해서도 국민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주부터 20%대로 추락했다. 대일 굴욕외교 논란부터 주 69시간 근무제 변동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등이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국민의힘도 당정 연대책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와 우파진영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논란 등 내홍에 휩싸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지지층이 얇아지고 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포위론에 지지율 박스권에 정체된 모습이다. 최근 복수의 쟁점법안을 놓고 169석 정수에 의지해 릴레이 단독 입법을 강행하는 등 독단적 의정 일변도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합리적 진보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무당층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하면 여야 강 대 강 대치에 회의감을 느꼈던 유권자층이 다시 여야로 재결집할 수 있는 만큼, 중도층이 넓어진 시기에 이른바 '제3지대' 신당이 출몰해 무당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여야 비주류인 비윤(비윤석열계) 또는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가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양대 축으로 삼은 합리보수 신당창당설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민주당에서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도 제3지대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여야 갈등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정국 흐름에 무당층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 정당이 활동할 만한 공간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군소정당 소속 한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선거구제 개편 결과에 따라 군소 정치집단도 충분히 세력화가 가능할 수 있다"라며 "소수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는 민주국회 문화를 조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야 양극화 정치에 무당층이 증폭하고 있다는 것은 제3정당 출범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언론을 통해 제3지대 출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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