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난임시술비 지원, 중하위 소득층에만 지원돼 문턱 높아
지자체, 내년부터 난임시술비 전면 지원 시행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러스트=프리픽]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러스트=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사실상 글로벌 인구 리스크의 최전방에 놓인 셈이다.

해마다 출산율 감소 폭이 가팔라지는 흐름을 다잡기 위해 대통령실 산하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정부 관할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 인구 과편중 문제를 해소하기엔 벅차 보인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이라는 재앙적 상황을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출산율 제고 캠페인과 혁신안 제시가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꾸라지는 출산율, 난임(難妊) 지원 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이런 가운데 난임 또한 출산율 감소의 한 축을 차지하는 만큼 출산을 고려하고 있지만 난임에 자녀를 갖기 힘든 세대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국 각 지자체에서 난임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대상 선정의 핵심 기준인 '소득수준' 문턱이 높다 보니 난임 시술로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부부들이 결국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이는 국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다. 최근 출산 의지가 없는 이른바 '딩크족' 과 같은 무자녀 세대 또는 비혼주의 1인 세대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자녀 계획이 있는 부부도 난임에 지쳐 결국 '무자녀 세대'로 돌아서는 사례가 점차 늘면서 출산율 하락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생률은 매년 감소세 있다. [자료=통계청]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생률은 매년 감소세 있다. [자료=통계청] 

25일 <뉴스캔> 취재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거주 중인 한 30대 부부는 난임을 겪고 있다. 신혼에 유산을 겪은 이후 자녀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실로 이어지지 않자 난임시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난임시술을 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시술에 따른 육체적 피로도는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잇따르자 결국 지난 4월 시술과 출산을 모두 포기했다. 

직장인 남편 A씨는 "작년부터 꾸준히 난임시술을 받고 있지만 몸이 힘든 건 둘째 치더라도 경제적 출혈이 크더라"며 "시술 과정에서 애를 갖게 되면 다행이지만, 우리 부부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맞벌이라 (관할 지자체) 보조금 지급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아 결국 (출산을) 포기했다"고 체념 섞인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범정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접수된 '예비부모 건강권' 관련 민원은 총 1493건으로, 난임시술비 등 지원 확대 요청으로 분류된 민원이 480건으로 가장 많았다. 난임 치료 휴가 관련 문의가 33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난임시술 지원과 관련한 민원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폐지, 건강보험 급여 적용 횟수 확대, 난임 시술 중단·실패 시 지원 확대 등이 주를 이뤘다.


"저출산 잡자" 난임 지원 문턱 낮추는 지자체들


다행인 점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부각되자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난임시술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각 지자체에 난임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행정 권고에 나선 상황이다. 난임시술 지원은 현재 국가 사업이 아닌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간 지자체 난임시술비 지원은 지역별로 특정 소득계층만 시술비가 지원되는 등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관할 지자체가 규정한 일정 소득수준(중하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난임이어도 공적 지원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광역지자체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중위소득 180% 이하 난임 가구에만 지원하던 소득기준 자격요건을 전면 폐지하고, 내년부터 난임이라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도는 현재 난임시술 시 난자가 채취되지 않아도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한 내년도 관련예산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은 난임시술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최근 전국 지자체들은 난임시술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이 밖에도 충북의 경우 전국 최초로 난임시술여성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도 추진하는가 하면, 기초단체인 서울 송파구는 이달부터 '난임 전문의사 심층 의료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전국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비를 별도의 조건 없이 최대 22회까지 지원한다. 고령 출산이 많아지면서 난임을 우려한 여성들이 난자동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회당 250~500만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각 지자체들은 내년 행정 시행을 목표로 난임 지원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결혼 평균연령 상향과 고령 출산 증가 등으로 난임 사례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자체들의 난임 지원책 확대 움직임은 출산율 제고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내년도 관련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국세와 지방세 수입이 동반 감소하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긴축 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산 부족으로 결국 난임 지원책이 공염불에 그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난임시술비 지원 신청은 '정부 24' 인터넷 사이트 또는 관할 보건소 등에서 할 수 있다. 발급된 지원결정 통지서는 통원하는 병원에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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