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새 먹거리' 글로벌 자발적 탄소배출 시장 확대 가능성 주목
하나金, 업계 첫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로 'ESG 경영' 신호탄
KB金,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ETN 옵션 출시 등 부대사업 진행 활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일러스트=뉴스캔 배모니카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기업 평가의 비(非)재무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금융가를 관통한 최대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저마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이라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꺼내들었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코스피 상장기업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해 세부 공시내용과 대상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인 만큼, ESG 착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내 금융사들이 환경 부문에서 확실한 포트폴리오를 남기기 위해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고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권에 대한 '상생금융' 어젠다가 요구되면서, ESG는 국내 최대 금융사들이 경영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전제조건이 됐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새 먹거리' 탄소배출 시장 진출 가속페달


국내 굴지의 증권사들이 하나같이 ESG 경영 현실화를 위해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증권사는 KB증권, 하나증권 등 무려 20여 개사에 이른다. 특히 이들 중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자'는 하나증권, 삼성증권,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총 8개사다. 하나증권이 지난해 3월 자발적 탄소배출 시장 진출 신호탄을 쏘아올린 데 이어, 대형 금융사들의 자율적 탄소배출 시장 진입 릴레이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자발적 탄소배출은 개인 또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매매하는 방식이다. 정부 규제에 따라 피동적으로 탄소 의무 감축량을 이행하는 '규제적 탄소배출'과는 대조되는 개념이다. 이에 금융업계는 자발적 탄소 배출 절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도, 그에 따른 부가 수익을 얻는 일석이조(一石二鳥) 경영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하나증권(대표 강성묵)은 지난해 3월 금융사들 중 가장 먼저 자발적 탄소배출사업 등록에 나섰다. 당해 4월에는 방글라데시 6개 주(州)에 123대의 태양광 정수시설을 보급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태양광 정수시설 사업으로 하나금융이 가져갈 탄소배출권은 약 94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하나증권은 스위스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의 탄소배출 인증을 취득해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하나증권이 국내 금융계의 국내외 탄소배출 시장 진입 교두보를 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미지=뉴스캔 자체 제작]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미지=뉴스캔 자체 제작]

하나증권의 유력 경쟁사인 KB증권도 탄소배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FICC(채권·외환·상품)운용본부에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해 트레이더 등 전문인력을 대거 배치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일부로 자발적 탄소배출 업무 개시에 들어갔다. 

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글로벌 거래소인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 상장된 유럽탄소배출권 선물(EUA)에 투자하는 'KB S&P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ETN(H)'을 신규 상장한 바도 있다. ESG 관련 상품 출시를 통해 탄소배출 시장 진입 경로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탄소배출 시장은 금융계에서 최근 블루오션으로 지목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기업의 ESG 경영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KB금융도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탄소배출 저감에 따른 부차적 이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올해 사내 탄소금융팀을 구성, 지난 1월 증권가 최초로 탄소배출을 저감시킬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인 '바이오차'(BioChar)에 기반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NH증권은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 탄소배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융가에선 자발적 탄소배출 시장의 미래 가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는 기존 정부 주도의 규제적 탄소배출은 향후 시장성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기업들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40% 줄여야 한다. 정부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의 경우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배출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배출 시장은 오는 2030년이면 500억 달러(6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