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해외법인 투자로 SK 배터리사업 글로벌 반열로 끌어올려
SK온 매출, 생산능력 가파른 성장세...'글로벌 5위' 도약하며 파란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진=SK온 제공]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진=SK온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지동섭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10월 출범한 배터리 전문기업 SK온의 초대 사령탑이다. 지난해 SK그룹 인사 개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SK온의 공동대표로 합류하면서 현재 SK온은 지동섭·최재원 투톱 경영노선을 가져가고 있다.

그룹 내 2인자인 오너 일가의 합류로 지 대표의 경영 입지가 점차 위축될 것이란 당초 업계 관측과 달리 지 대표의 경영권은 여전히 건재하다. 최 수석부회장과 함께 SK온을 '글로벌 넘버 원' 배터리 기업으로 키워낸다는 포부 아래 상호보완 회사 경영을 이어가며 투톱체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 대표는 SK그룹에서도 손꼽히는 33년 경력의 'SK맨'이다. 1990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SK텔레콤 기업전략팀장·전략기획부문장, ㈜SK 사업지원실장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전략부문에서 활약상을 보인 끝에 2017년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첫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지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사령탑으로 발탁된 이후 꾸준한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는 등 리더십 역량을 입증했다. 취임 후 SK루브리컨츠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매각을 검토 중이었던 그룹 차원의 고민을 불식시킨 것도 그다.

윤활유 사업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지 대표는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됐다. 윤활유와 마찬가지로 완성차 연계형 사업인 배터리 부문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반영된 인사다. 

이후 2021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부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지 대표는 배터리 자회사로 출범한 SK온의 초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 지동섭호 SK온, 글로벌 배터리 시장서 고속성장


SK온 출범과 함께 그룹의 재신임을 받은 지 대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회사를 글로벌 최상위 반열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최고 성능을 내는 배터리를 만들어 2030년 글로벌 넘버 원에 도전하겠다." 그가 SK그룹 고유의 대외 브리핑인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밝힌 당찬 포부다.

실제로 SK온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비전 아래 지난해 기준 88기가와트시(GWh)였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오는 2025년까지 220GWh 이상, 2030년까지 500GWh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지 대표의 '글로벌 비전'이 통한 것일까. SK온은 최근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타며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대로라면 글로벌 넘버 원 비전 달성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의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의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지난 1일부로 출범 2주년을 맞은 SK온은 최근 2년 새 분기 매출 성장률 200%를 훌쩍 넘기는 쾌거를 이뤘다. SK온에 따르면 올 2분기 매출은 총 3조6961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 4분기(1조665억원)와 비교해 무려 3.5배나 늘었다. 아울러 출범 후 6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분기평균성장률(CQGR)도 23%에 이른다.

여기에 SK온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7조원을 돌파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 매출이 7조617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총 매출의 90%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그 만큼 SK온이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방증이다. 


◆ 2년 만, 글로벌 생산법인 3곳 늘려...생산 능력도 2배 '업그레이드'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도 매출 신장과 맞물려 고속성장하는 모습이다. SK온의 연간 생산능력은 출범기인 2021년 40GWh에서 지난달 기준 89GWh로 대폭 늘었다. 불과 2년 만에 글로벌 생산법인을 3곳 늘리며 2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 이 또한 지 대표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 마인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로 취임한 이래 줄곧 해외 생산법인 확장에 매진해 왔다. 2020년 첫 해외법인인 7.5GWh급 헝가리 코마롬 공장을 비롯해 중국의 7GWh급 창저우 공장과 10GWh급 후이저우 공장 등을 순차적으로 활성화시켰다. 이후 2021년 SK온 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는 27GWh급 중국 옌청 공장을 가동시켰다.

이러한 노력 끝에 SK온은 2019년 처음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톱10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해외 배터리 시장에서도 고속성장의 아이콘이 됐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동종업계 선발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도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갔다. 현재 SK온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4%대로 글로벌 5위 기업으로 우뚝서며 유력 경쟁자인 삼성SDI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SK온의 퀀텀 점프는 해외 생산법인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배터리 수주 호조가 맞물린 합작품이다. SK온은 지난해 290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누적 수주 실적을 거두며 탄탄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목표치인 220GWh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미 갖췄다는 평가다. 

결국 지 사장이 '글로벌 넘버 원 배터리 기업'이라는 당찬 포부를 내비칠 수 있었던 것도 SK온의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와 내실경영이 뒷받침된 데 따른 '근거있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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