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취임 25주년 맞아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분야 활성화 총력
SK온 이차전지 사업에도 박차...SK 배터리 생산능력 5년 만에 '50배' 성장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新)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는 용인·평택, 구미, 포항, 청주 등 7개 지역을 허브 삼아 대규모 국가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쏟고 있다. 아울러 국가산업형 특화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대해 국가보조금, 각종 금융·세금 혜택,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에 삼성, LG, SK,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유망 사업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국가 산업 활성화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유니콘 기업이 되길 희망하는 스타트업들도 정부의 미래산업 육성 기조에 적극 부응해 독자적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뉴스캔>은 현 정부의 신산업 육성 면면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체질변화 흐름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통적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무역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 3대 신사업군으로 지목되는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산업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와 흑자 무역수지 패턴을 정착시키기 위해 이같은 산업 활성화 정책에 골몰해 왔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익구조상 경쟁력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기성 품목 중심의 수출은 결국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며, 미래형 산업에서 초격차 고유 기술을 확보해야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우리나라의 미래 수출 방향성과 수출 활성화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093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지난 11개월 동안 수출이 꾸준히 감소했는데,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부품과 석유제품 등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반도체·IT 강국인 한국의 반도체 및 무선통신 무역이 전년 대비 각각 34.9%,15.6%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과 아세안 국가 등지에서도 수출이 20% 수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개선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러스트=뉴스캔 배모니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러스트=뉴스캔 배모니카 기자]

다만 자동차, 이차전지, 선박의 해외 수출 증가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세 하락 등으로 지난 6~8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효자 무역품목이었던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부침을 겪고 있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에게 또 다른 알짜 교역 품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숙원과제를 던져줬다.


◆ 최태원 취임 25주년 맞은 SK, 'BBC' 포트폴리오 확대 경영 의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부로 취임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SK가 혁신적 변화의 일환으로 이른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미래지향형 신(新)사업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SK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시도는 현 정부의 신산업 장려 기조와 맞물려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 회장이 SK그룹 총수로 취임하면서 남긴 "'근본적 혁신'을 할 것이냐, 서서히 도태될 것이냐"라는 자성적 메시지도 신사업 확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대중 무역 위축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반도체 업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SK그룹의 주력 사업이 업계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SK가 최근 사력을 쏟고 있는 이차전지 분야도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어 올 하반기 SK의 신사업 포트폴리오에 활력이 돌 것으로 점쳐진다.  

최태원호 SK는 그간 '근본 혁신'을 슬로건 삼아 BBC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변화를 시도해 왔다. 글로벌 무역체인의 무게중심이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최첨단 미래사업군에 쏠리면서 국내 기업도 이러한 국제 시황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SK는 신사업군 확장 등에 골몰한 결과 우리나라 재계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주력 사업군인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꾸준히 키워나가면서도 BBC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민하게 성장시켜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의 자산 총액은 최 회장 취임 당해인 1998년 32조8000억 원가량에서 지난 5월 327조3000억 원으로 25년 만에 무려 10배가량 뛰었다. 재계 순위도 이 기간 동안 5위에서 2위로 퀀텀 점프하며 재계 1위 삼성에 긴장감을 심어주고 있다. 

SK의 매출은 1998년 32조4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 원으로 약 6배 늘었고, 영업이익의 경우도 동기간 2조 원에서 18조8000억 원으로 9배 수준 몸집이 불었다. 이와 함께 SK의 수출 규모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887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SK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은 BBC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전통 사업군인 에너지·화학, ICT 만으론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 내부 반대에도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단행하며 반도체 신사업 중심으로 새 판을 짰다.

당시 반도체 업황 침체로 관련업계가 투자에 소극적이었음에도 반도체 R&D에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키옥시아·인텔 메모리 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한 끝에 SK하이닉스를 글로벌 최상위 반도체 기업으로 일궈냈다.    

SK 최태원 회장이 서울 워커힐에서 개최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SKT 제공]

SK의 미래 동력으로 지목되는 또 하나의 사업군은 전기차 배터리다. 이차전지 제조사인 SK온은 북미, 유럽, 중국 등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난 2017년 1.7기가와트시(GWh)였던 것이 불과 5년 만인 지난해 88GWh로 무려 50배가량 성장했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 소재 2개 생산법인에 더해 미 포드사와 합작법인(블루오벌SK)을 출범시키며 배터리 생산법인 3개소를 추가 설립 중이다. 아울러 국내에선 정부가 이차전지 전초기지로 키우고 있는 전북 군산 새만금 산단에 이차전지 핵심 소재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SK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바이오팜,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 3사를 주력으로 의약품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창궐로 백신 개발 및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에서 실적 상승을 이어갔으나,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부침을 겪고 있다.

다만 SK의 바이오 부문은 뇌전증 치료 신약인 '엑스코프리'의 미국 판매가 늘고 있는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인 CBM을 인수해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매출이 예상되고 있어 SK의 바이오 사업에도 활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근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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