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중과세 부담 경감 및 세제 합리화 명목으로 상속세 완화 기조
기업 재벌들 최대주주 할증 시 상속세 최대 60%, 경영권 방어 장애물

정부가 상속세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중 과세냐 부의 재분배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조세 이슈를 꺼내든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뜨거울 전망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속세 손질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고,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OECD의 상속세 최고 세율 평균이 26%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할증을 제외한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만큼 조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상속세 완화가 부의 재분배를 부추길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엔 현실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뉴스캔>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속세 완화 이슈를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정부가 최근 상속세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프리픽]
정부가 최근 상속세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14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조만간 정부가 대대적인 조세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년 동안 건드리기 민감했던 상속세도 정부의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갈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대 60%까지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과 과세표준구간에 대해 캐나다 등이 채택하고 있는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내비치고 있다. 과도한 조세 부담으로 인해 유망 기업들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팔려나가는 사례를 막고, 과세표준구간을 세부 조정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합리적 과세 시스템을 적용하자는 게 정부 논리다. 아울러 23년째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경제 흐름이 반영되지 않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며 "국회가 개편안을 내주시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면서 논의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OECD 상속세) 평균이 26%다. 전반적으로 이걸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회가 개편안을 내면 정부도 적극 논의하겠다"라며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많음에도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이에 야당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즉각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 '부자 감세'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약 150여 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며 "최악의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에 이은 무책임한 던지기식 정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외치며, 지출구조조정과 부자감세 기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라며 "이미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수천만원씩 완화하며, 매출액 5000억 원 중견기업까지 가업승계시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 부담을 낮춰줬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곧 상속세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조세 개편안이 띄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재벌에 편중된 감세'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중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재계 "평생 일군 자산의 60%를 세금으로? 경영권 승계도 '난감'"


상속세는 특히 재계가 볼멘소리를 내는 지점이다. 평생 일군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가 세금으로 물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클뿐만 아니라, 납세 부담에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의 유족에게 최대 세율(50%)에 최대주주 할증이 붙은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창업주가 별세하기 전 유족에게 남긴 10조 원 중 6조 원에 해당하는 넥슨 지주사 NXC 지분 29.3%가 정부에 물납된 것.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기업 경영권 방어의 핵심인 주식 지분을 대거 처분할 정도로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최근 상속 시 세금으로 내야 할 자산이 5~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기업을) 승계할 방법이 없다"며 상속 포기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삼성가 역시 이건희 회장 사망 직후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각했다.

중소기업에게도 상속세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이상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립 30년차 이상인 중소기업의 81%가 60세 이상의 대표자를 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65.1%가 기업 승계에 상속세가 큰 걸림돌이 된다고 꼽았다. 

청년 기업인들 역시 현 상속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40대 벤처·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가 상속세 폐지 또는 상속세 인하(OECD 평균 수준)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속세에 대해 재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평생 일군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가 세금으로 물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클 뿐만 아니라, 납세 부담에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프리픽]
상속세에 대해 재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평생 일군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가 세금으로 물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실감이 클 뿐만 아니라, 납세 부담에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프리픽]

서울 소재 IT 벤처기업을 운영 중인 한 40대 사업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지금의 상속세 시스템은 기업에게 너무 혹독한 측면이 있다. 기업들이 국가산업 발전과 수출시장 개척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고, 전체 세금의 상당부분을 충당하고 있지 않나"라며 "특히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 강소기업, 대기업의 경우 거액의 상속세를 내는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리게 된다. 유능한 기업들이 상속세 부담에 해외로 내몰리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막심한 손해"라고 짚었다. 

학계에서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희대 박성욱 회계세무학과 교수 등은 지난 10일 한국조세연구포럼 학술지 '조세연구'에 실린 '상속세 세율 및 인적공제에 관한 개선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도 OECD 기준에 맞춰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상속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30억 원 초과'에서 '50억 원 초과'로 상향하는 한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포함됐다. 지난 2000년 규정된 최고세율 구간(30억 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8억6000만 원이라는 것이 핵심 근거다.

다만 부자 감세,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과 세입 감소 우려는 상속세 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넘어야 할 거대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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