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상속세, 재벌 중심의 소득세 누수 공백 메울 보완재...감세는 어불성설"

정부가 상속세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중 과세냐 부의 재분배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조세 이슈를 꺼내든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뜨거울 전망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속세 손질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고,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OECD의 상속세 최고 세율 평균이 26%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할증을 제외한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만큼 조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상속세 완화가 부의 재분배를 부추길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엔 현실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뉴스캔>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속세 완화 이슈를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정부가 최근 상속세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정부가 최근 상속세 완화를 적극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캔=박진용 기자] 대통령실과 정치권 안팍에서 곧 정부가 대대적인 조세 개편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가운데 수십년간 건드리지 못했던 상속세도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갈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대 60%까지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과 과세표준구간에 대해 캐나다 등이 채택하고 있는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내비치고 있다.

과도한 조세 부담으로 인해 유망 기업들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팔려나가는 사례를 막고, 과세표준구간을 세부 조정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합리적 과세 시스템을 적용하자는 게 정부 논리다. 아울러 23년째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경제 흐름이 반영되지 않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며 "국회가 개편안을 내주시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면서 논의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OECD 상속세) 평균이 26%다. 전반적으로 이걸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회가 개편안을 내면 정부도 적극 논의하겠다"라며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많음에도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이에 야당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즉각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 '부자 감세'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약 150여 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며 "최악의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에 이은 무책임한 던지기식 정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외치며, 지출구조조정과 부자감세 기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라며 "이미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수천만원씩 완화하며, 매출액 5000억원 중견기업까지 가업승계시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 부담을 낮춰줬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곧 상속세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조세 개편안이 띄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재벌에 편중된 감세'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중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경실련 "상속세, 실효세율 OECD 평균 수준...기업 감당 가능한 수준"  


재계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와 경영권 실추 등을 이유로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계 등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기업 편향적 논리라는 지적도 엄존한다. 큰 틀에서 경제정의를 실천하려면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줄여야 하지만, 상속세 완화는 재벌들의 부(富) 대물림을 촉진시켜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상속세 완화 기조는 금융 디지털화로 자산 추적이 용이해져 탈세 방지망이 촘촘해진 만큼, 납세가 빡빡해진 재벌들로 하여금 기업 승계 등에 대해 숨통을 틔워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계에선 재계를 중심으로 부의 과편중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상속세를 내리는 것은 '경제정의'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논평을 내고 재계와 정부의 상속세 인하 기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공식화했다.

경실련은 상속세의 경우 각종 공제가 이뤄지고 있어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실제로 재벌 최상위 3%에만 해당하는 상속세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서 경제 전반에 순기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실효세율(2017년도 기준, 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세표준 대비 결정세액)은 28.6%로, OECD 평균인 25%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최대 60%에 달하는 명목세율로 세율 평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상속세율을 유지하는 한편, 각종 공제와 물납제를 손질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계에선 재계를 중심으로 부의 과편중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상속세를 내리는 것은 '경제정의'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시민단체계에선 재계를 중심으로 부의 과편중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상속세를 내리는 것은 '경제정의'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사진=프리픽. 기사 내용과 무관]

아울러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재계 지적에 대해서도 부동산 보유세, 양도세, 등 소득세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어, 그 보완재가 될 수 있는 상속세까지 완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가 촘촘하지 않다"라며 "이미 소득세에서 기업가 재벌들이 부의 축적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세까지 낮춰준다면 부의 대물림이 촉진되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라고 짚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감세가 아닌 기존 세수를 안정적으로 유지 또는 확장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제언이다. 무엇보다 부의 대물림은 상속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상속세를 줄이는 것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는 일이자 나아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시도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대기업 오너가의 경영승계가 반드시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시민사회계가 상속세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해외 선진국 사례를 언급하며 오너가 후세가 기업을 물려받지 않더라도 최고경영자(CEO) 체제만으로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한다.

조세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가가 경영권을 이어가야 책임경영이 가능하다는 구태 논리는 이제 먹히지 않는 시대"라며 "북미,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CEO 경영으로 오히려 오너가 체제 때보다 실적이 호전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에서는 초대형 기업 오너가 자산이나 경영권을 2세에게 물려주는 대신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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