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모습. [사진=KB금융 제공]
17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모습. [사진=KB금융 제공]

[뉴스캔=이정구 기자] 17일 오전 10시. KB국민은행 본점 주주총회장. 윤종규 회장에 이어 양종희 부회장(내정자)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KB금융그룹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번 주총에서 KB금융은 의결권 발행 총수 대비 80.87%, 출석 주식 수 대비 97.52%의 찬성률로 양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시켰다.

주목할 점은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선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위원 9명이 모두 이번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 의견을 내비쳐 선임안 가격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임직원, 주주, 고객이 응원과 지지의 성원을 21일 공식 취임하는 양 내정자에게 보내준 셈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양종희 시대를 알리는 ‘잔치’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총장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용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국민은행 용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의 호소가 나오면서부터다. 이 직원은 타 직종에 비해 낮은 성과급, 불안전한 고용 구조 등에 따른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주총장에서 의장을 맡은 윤종규 회장은 “인공지능(AI) 전략상 지금까지 내부 인력으로 했던 것을 용역업체로 전환한 것”이라며 “고용에 대해선 말씀드릴 부분이 없고 처우 개선은 살피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내 은행권 콜센터 대다수는 외부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입찰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은 고객센터 업무를 맡는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입찰 규모를 줄여 상담사 100여명이 근로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는 7일 국민은행의 콜센터 용역업체인 효성ITX, 제니엘 소속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들과 국민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용역업체들의 계약 기간(2년) 만료로 지난달 새로운 용역업체 입찰 공고가 게시됐는데 업체 수를 8개에서 6개로 2개 줄여 상담 인력을 100여명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콜센터 직원의 금일 ‘주총장 호소’를 놓고 일각에서는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국민은행 내부 고용 문제를 주총장에서 문제 삼는 것은 ‘남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물론 용역업체 측면에서 보면 ‘상담사들의 정리해고를 당장 철회하라’는 목소리는 속 시원한 얘기일 수 있다. 이들은 매일, 매시간 평가에 시달리며 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입찰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 KB금융그룹의 새 수장을 추대하는 분위기에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으로서는 용역직원의 ‘당찬 호소’로 괜히 머쓱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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