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 못해vs이동 수월해"...여론 엇갈려
영역 넓힌 대책으로 ‘잃을 게 없는 제도’ 돼야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4호선 전동차 1칸의 객실 의자를 제거하고 '객실 의자 없는 열차'를 시범 운영한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4호선 전동차 1칸의 객실 의자를 제거하고 '객실 의자 없는 열차'를 시범 운영한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최근 서울지하철 4호선에 ‘객실 의자가 없는 열차’ 칸이 등장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출근길 혼잡을 줄이기 위해 전동차 객실 의자를 개량한 시범사업에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이 객실을 이용하는 승객은 목적지까지 ‘서서’ 가게 된다.

4호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혼잡도가 193.4%로, 서울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이에 4호선 전동차 1칸의 객실 의자를 제거해 혼잡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명분이다. 의자 제거 시 지하철 혼잡율은 최대 40%까지 개선되고, 칸당 12.6㎡ 탑승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 첫날부터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 있을 경우 열차가 급정거하거나 출발할 때 승객이 넘어질 수 있고, 의자가 없는 칸에서 사람들이 꽉 차 있으면 비상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입석 칸'에 대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에겐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의자없는 열차'를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출근길 혼잡한 지하철에서 서서라도 탈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서 좋고, 열차 내 이동이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승객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제도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스텐션 폴(지지대), 손잡이, 범시트 등을 보완하면서 안전과 편의성을 확보했다. 

그동안 서울 지하철은 혼잡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운행 횟수를 늘려 혼잡 해결에 나섰다. 또 교통카드 데이터와 객차에 부착된 무게 감지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실시간 혼잡도 정보를 점검하면서 열차운행·편성정보에 활용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올해 초까지 지하철 9호선에 새로운 전동차 48칸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를 통해 급행열차의 혼잡도를 평균 150%에서 12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옥철’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이번 시범사업이 실제 혼잡도를 낮출지도 미지수다. 이번 시범 운행이 출근 시간대에만 1회, 전동차 10칸 가운데 1칸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시와 공사측은 이를 1년간 시범 운행하면서 모니터링과 혼잡도 개선 효과를 파악해 이후 다른 노선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얼리버드’ 시스템을 도입해 지하철의 혼잡도를 낮춰 시민의 안정성을 보장했다. 얼리버드는 아침 7시 45분 이전에 도착하는 승객들에게 요금을 면제해주고, 아침 7시 45분부터 8시 사이에 도착하는 승객에게는 50센트(약 500원)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승객들이 혼잡 시간을 피해 일찍 출근하도록 유도하면서 혼잡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실제 싱가포르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출퇴근 시간대 혼잡율이 7%나 낮아졌다.

얼리버드 시스템은 현재도 싱가포르 지하철 16개 역에서 적용하고 있다. 호주의 멜버른 역시 싱가포르의 얼리버드 제도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우리 역시 싱가포르의 얼리버드 처럼 혼잡을 피하고 승객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의자없는 객실 운영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과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그리고 운영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 새로운 교통시스템의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신아랑 기자
신아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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