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군집붕괴현상으로 꿀벌 실종하자 식량 안보도 위험해
꿀벌 없이는 아몬드, 과일, 채소 등 수분 없어 열매 못 맺어
‘농약 사용, 기후위기’ 지적...일각에서는 “정확한 원인 필요”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는 '벌집 군집중괴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량 안보와 생태계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는 '벌집 군집중괴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량 안보와 생태계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꽃이 피는 5월이 되면 양봉 농가가 분주해진다. '꿀벌 성수기'라 불릴 만큼 1년 생산량 중70~80%의 꿀벌이 이 시기에 생산된다. 하지만 옛말이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꿀벌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벌집 군집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꿀벌 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 폴로리다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지역에서는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면서 벌집 수가 30%에서 90%까지 줄었다. 이후 유럽 일부와 브라질을 거쳐 2007년에는 아시아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 78억 마리, 2022년 100억 마리, 지난해 초에는 140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됐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와 농약, 기후변화가 낳은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꿀벌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양봉은 인류 식량자원의 주요 공급 수단, 농작물 결실의 주요한 매개자 역할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중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受粉)으로 자란다. 수분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것을 말한다.

이런 꿀벌이 실종하면 열매는 물론 생식이 불가능해서 식량 안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아몬드다. 아몬드 꽃은 꿀벌에 의해 수분화되어야만 결실할 수 있어 꿀벌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꿀벌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수의 꿀벌이 활동하지 않으면 아몬드 생산량은 감소하고 수확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와 블루베리는 꿀벌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포도, 복숭아, 딸기, 수박 등도 꿀벌이 없다면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질 지 모른다. 이외에도 감자나 오이, 호박, 토마토와 같은 채소나 콩과 밀, 옥수수 등 많은 작물이 꿀벌의 수분화와 수분 전달에 의존해 생산성을 높이지만 꿀벌이 없으면 다양성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위협받는다. 

하버드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팀은 꿀벌이 실종되면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에 내놓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2017년 UN은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했다. 슬로베니아 양봉의 선구자인 안톤 얀사(Anton Janša)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 날로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맞춰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웨덴과 독일에서는 농약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농약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을 벗어나 도시 공원에도 꽃을 심으며 꿀벌이 어디서든지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 특히 건물 옥상에서 양봉이 이뤄지는 대도시도 있다.

해외처럼 옥상 양봉(?)이 많지는 않지만 국내 일부 기업들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KB국민은행이 대표적인데 이 기업의 옥상에는 ‘K-Bee 도시양봉장’이 조성돼 꿀벌 개체 수 늘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옥상 K-Bee 도시양봉장 1호(약 12만 마리)와 서울숲 K-Bee 도시양봉장 2호(약 12만 마리)를 개장한 데 이어 서대문구청 옥상에도 K-Bee 도시양봉장 3호(약 20만 마리)를 조성하는 등 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사를 통해 수확한 야생활 꿀 60kg을 여의도 본점 인근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에게 전달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꿀벌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꿀벌 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기업만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생태계 보전, 꿀벌 사육 환경 조성 등을 위해 국립농업과학원 인근 호남고속도로 옆 대지에서 밀원수(꿀샘나무)를 심으며 꿀벌 늘리기에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 충북 진천을 시작으로 2018년 전북 진안, 2019년 전남 장흥, 2020년 경북 상주, 2021년 전북 부안, 2022년 충북 괴산 등 다양한 지역에 밀원수를 심었다. 이외에도 기업과 지자체는 야생화심기, 꿀벌 서식지 만들기 등의 캠패인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꿀벌 붕괴의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기후위기, 환경오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다양한 원인이 아닌 정확한 원인 분석으로 해결책을 강구해야 식량 안보의 위협, 양봉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꿀벌 수 감소로 직격타를 맞고 있는 한 양봉 농가 관계자는 “꿀벌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꿀벌의 집단 폐사가 늘어나고 있어 앞날이 캄캄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고 그에 따른 정부 지원도 살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후위기로 인한 꿀벌 감소에 원인을 찾기 보다는, 농가가 이해할 만한 검증된 결과와 대책으로 꿀벌 보호와 개체 수 늘리기에 정부와 관련 단체가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신아랑 기자]
[신아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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