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11일부로 워크아웃 개시 결정...그룹 차원 4대 자구책 내며 회생 시도
동문, '워크아웃 자력 탈출' 모범 사례...골프장, 자회사 처분 등 오너가 결단 주효

국내 시공능력 15~20위권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 11일 공식 확정됐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이후 10년 만에 불거진 이번 사태에 건설업계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확정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무건선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대규모 정리 수순의 서막일 수 있다며 긴장감이 역력한 건설사도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는 고금리, PF 경색, 건설자재비 폭등, 내수침체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극복기 혹은 잔혹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뉴스캔>은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역대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잔혹사를 살펴 봤다. <편집자 주>

10년 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10년 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뉴스캔=박진용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이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시점과 경영정상화까지 잔존 과제에도 시선이 쏠리는 모양새다.

채권단은 현재 태영건설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워크아웃은 2013년 쌍용건설 사태 이후 10여 년 만이다.

지난 1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제1차 태영건설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투표를 실시한 끝에 96.1%의 동의율로 워크아웃 개시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태영건설과 채권단은 경영 정상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회생을 위해 전국 사업장별 사업성과 정상화 개요를 종합 검토해 PF대주단과 향후 회생방안을 수립해 사업 재편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워크아웃 확정으로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달게 됐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돌입과 함께 최대 4개월 동안 금융 채권 상황을 유예받게 된다. 다만 만기연장을 제외하고 별도의 채권단 자금 지원은 없는 만큼, 자금 유동성 해소는 태영건설의 몫이다.

또 채권단은 4월11일 2차 채권단협의회까지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작업을 실시하고,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기업개선 계획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개선책이 확정되면 5월11일 태영건설과 채권자 협의회는 기업 정상화 계획 실행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된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필요 시 추가자금 투입 등 자구책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을 전면 중단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회생을 위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자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대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시점에도 관심이 쏠려있다. 워크아웃은 경영정상화의 첫 수순에 불과하다. 채권단 지원과 고강도의 자구책을 통해 기업 신뢰도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결정된다. 워크아웃 입학보다졸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동문건설, 870억 오너가 사재 처분으로 워크아웃 탈출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사진=동문건설 제공]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사진=동문건설 제공]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확정에 앞서 자구책이 부실하다는 질책에 휩싸인 바 있다. 그룹 차원의 재정 지원은 물론 오너가 사재 출연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이유다. 채권단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정부도 직접 태영그룹의 부실한 자구책을 지적했을 정도다.

다만 이후 태영그룹 차원의 4대 자구책을 내놓는 등 경영 정상화에 대한 노력과 의지를 재피력하면서 결국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그렇다면 역대 국내 유력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사례는 어떨까. 과거 통 큰 사재 출연으로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한 건설업계 사례가 주목된다. 2008년 적극적인 사재 출연 등 자력으로 기업 회생에 성공한 동문건설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문건설은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의 줄도산 리스크가 증폭됐을 당시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해 귀감이 된 바 있다. 당시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의 사재 출연 '결단'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문건설은 1980년 상신전기건설공사로 출범해 그 이듬해 석우주택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으로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1984년에 동문건설로 간판을 바꾸며 유력 건설사로 본격적인 발돋움을 시작했다.

동문건설의 위기관리 능력은 남다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발로 연대보증을 섰던 시행사가 도산하면서 중대 리스크를 맞았지만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으로 원가절감을 기민하게 시도하며 자칫 시행사와 동반 침몰할 수 있었던 상황을 극복해 냈다. 이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며 2005년에는 매출 6000억원 고지를 돌파해 명실상부 중견 건설사로 거듭났다.

동문건설은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로 시행사가 부실화에 빠지며 워크아웃을 개시하기에 이른다. 당시 해외발 금융위기에 동문건설뿐만 아니라 신동아건설, 성원건설, 우림건설 등 복수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고 경재용 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자회사 지분 매각과 골프장 처분 등을 통해 87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 끝에 동문건설을 2019년 워크아웃의 늪에서 건져냈다. [사진=동문건설 제공]
고 경재용 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자회사 지분 매각과 골프장 처분 등을 통해 87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 끝에 동문건설을 2019년 워크아웃의 늪에서 건져냈다. [사진=동문건설 제공]

당시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와 동시에 자회사인 르네코의 지분을 매각하고 사재인 골프장도 즉각 처분하며 47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10년 동안 경 회장은 총 87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끝에 동문건설을 2019년 워크아웃의 늪에서 건져냈다. 당시 경 회장의 사재 출연이 없었다면 동문건설은 자취를 감춰야 했다는 것이 업계 중평이다. 또 최근 경영난이 심화된 국내 건설업계에 새삼 귀감이 되는 사례로 재조명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5일 <뉴스캔>에 "자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해도 오너가가 사재를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경재용 회장의 남다른 애착과 책임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워크아웃 성공 사례"라고 고 경 회장을 추켜세웠다.

현재 동문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61위의 중견 건설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경 회장의 뒤를 이어 딸인 경주선 부회장이 동문건설을 이끌고 있으며, 경 부회장은 2019년 동문건설 관계사인 동문산업개발 대표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경영진의 길을 걷게 됐다.

경 부회장은 2012년 동문건설 주택영업팀으로 입사, 불과 4년 만에 평택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완판 신화를 써내며 경영능력을 입증해 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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