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 및 원가관리…1년9개월 만에 법정관리 졸업

국내 시공능력 15~20위권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 11일 공식 확정됐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이후 10년 만에 불거진 이번 사태에 건설업계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확정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무건선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대규모 정리 수순의 서막일 수 있다며 긴장감이 역력한 건설사도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는 고금리, PF 경색, 건설자재비 폭등, 내수침체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극복기 혹은 잔혹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뉴스캔>은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역대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잔혹사를 살펴 봤다. <편집자 주>

10년 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10년 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뉴스캔=박진용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건설업계의 워크아웃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일로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회생을 위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자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대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크아웃은 경영정상화의 첫 수순에 불과하다. 채권단 지원과 고강도의 자구책을 통해 기업 신뢰도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결정된다. 워크아웃 입학보다졸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역대 국내 유력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과거 사례는 어떨까.


◆ 동부건설 "'2015년 법정관리' 악몽 재현 없다"


동부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동부건설 제공]
동부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동부건설 제공]

동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27위였던 2015년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1년9개월여 만인 2016년 10월 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하며 경영 정상화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후 성장세를 타며 지난해 기준 업계 시공능력 22위 대형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동부건설은 앞서 2014년 12월 현금 압박 등 '돈맥경화'를 해소하지 못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부채가 금융채무 3606억원, 상거래채무 3179억원으로 총 6785억원에 달했고, 이미 당해 만기가 도래했거나 2015년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라는 극약처방에 나서게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김포 풍무·인천 계양·서울 용산 등지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 처분과 분양가 할인 조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2012~2013년 해당 사업장에 대한 대손 충당금을 메우는 데 거액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동부건설은 산업은행(산은)에 1000억원을 긴급 융통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산은은 이를 거부했고, 동부그룹 및 타 계열사들도 동부건설을 지원할 자금 여력이 없었다. 여기에 동부발전당진 등 주요 자산 매각조차 난맥상을 빚으며 자금난이 깊어진 터라, 동부건설로선 법정관리 수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시공능력 25위에 철도·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만 90여개를 진행하고 있었던 터라 이 같은 법정관리는 건설업계에 큰 충격파를 남겼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 전 진행 중이었던 SOC 사업만 해도 ▲군장국가산단 인입철도 제2공구 노반 건설공사(1092억원) ▲동남권 물류단지 개발 신축공사(1117억원) ▲부산~울산 복선전철 제5공구 노반 건설공사(823억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공사-2구간 및 주차장공사(965억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 일색이었다. 

결국 2014년 기준 연매출 8000억원의 동부건설은 채무 상환 만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대위기를 맞았다. 당장 경영 정상화도 시급하지만 특히 법정관리로 인한 대규모 공공부문 공사 차질과 협력사에 대한 2000억원 수준의 결제대금 체불도 중대 해소과제였다.

동부건설은 법정관리를 겪으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평 순위가 36위로 하락하는 등 혹한기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사 몸집을 대폭 줄이고 원가관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두는 등 고강도 쇄신 행보를 보이며 법정관리 돌입 후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이후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공을 들여 왔다. 건설 대기업으로서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이를 교훈 삼아 플랜트 신사업을 전개하고 사업성이 확실한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는 등 내실이 탄탄한 건설사로 발돋움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법정관리 졸업 5년 만에 신용등급이 회복되는 등 경영 정상화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동부건설은 국내외에서 건설 수주잔고를 꾸준히 누적시키며 법정관리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다만 최근 태영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여파로 건설업계 전반에 우려가 잠식한 가운데, 과거 자금난에 처한 바 있었던 동부건설 또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에 휩싸이는 게 아니냐는 증권가 일설에 노출됐다.

이에 동부건설은 해외 사업장의 공사대금 및 준공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으로 3000억원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라며 선제적으로 이러한 위기설을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해 현금성 자산 감소는 만기 도래한 고금리 채무증권을 상환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제적으로 해명했다.

회사 측은 "법정관리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최근 PF 파동에 자금 유동성 우려가 나오는데, 이는 업황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이러한 위기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총력태세를 갖춘 상황이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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