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의존도 높은 건설업계, 워크아웃 시 구조조정 등 1차원적 자구노력으론 부족

국내 시공능력 15~20위권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 11일 공식 확정됐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이후 10년 만에 불거진 이번 사태에 건설업계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확정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무건선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대규모 정리 수순의 서막일 수 있다며 긴장감이 역력한 건설사도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는 고금리, PF 경색, 건설자재비 폭등, 내수침체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극복기 혹은 잔혹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뉴스캔>은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역대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사례를 살펴 봤다. <편집자 주>

쌍용건설 본사 전경. [사진=쌍용건설 제공]
쌍용건설 본사 전경. [사진=쌍용건설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최근 건설업계의 과거 워크아웃 졸업 성공기와 함께 실패사도 재조명된다.

특히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하지 못한 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가거나, 끝내 타 회사에 매각된 과거 건설사 사례들도 있어 태영건설 또한 분골쇄신의 의지로 이번 워크아웃에 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현재 워크아웃 시행 전 실사를 거치는 중으로, 전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처분안 구상에 돌입했다. 수많은 건설사들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성공, 실패 사례가 확연히 갈리는 만큼 태영건설도 PF 사업장 선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PF 옥석가리기 성패 여부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시기도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뼈를 깎는 기업 구조조정에도 워크아웃 졸업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특히나 기업 자금 유동성과 직결되는 PF 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기업의 경우 자체 구조조정 만으로는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정설로 통한다. PF 사업장에 얽힌 보증채무 등 복잡다난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추가 부실 사례가 밝혀질 경우 워크아웃이 전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에 앞서 과거 워크아웃 전철을 밟았던 건설사 사례도 재조명된다.


◆ 쌍용·대우·한진, '워크아웃 실패' 아픈 기억...법정관리 전환, 매각 수순


가장 최근 이뤄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례로는 쌍용건설이 있다. 

쌍용건설은 2013년 3월부로 워크아웃에 돌입했으나 결국 자금 유동성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같은 해 12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 이듬해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구조조정 등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력 회생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끝내 2015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투자청(ICD)에 매각돼 법정관리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쌍용건설로선 체면을 구긴 사례로 남았다. 쌍용건설은 현재 글로벌세아그룹에 인수된 상태다.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수난사는 1999년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건설은 당시 워크아웃 돌입 후 2년 동안 5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경기 용인과 부산 등지에서 아파트를 적극 분양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6년여에 걸쳐 분골쇄신한 끝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

워크아웃을 졸업했을 당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6년의 세월을 죄인으로 살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쌍용건설은 이달 '건설통' 김인수 1인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와 투톱을 이뤘던 김기명 글로벌세아 부회장(전 쌍용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승진하면서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현장경영,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건설업계 워크아웃 사태가 화두에 오른 만큼, 향후 내실경영에도 더욱 초점을 맞울 방침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뉴스캔 DB]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뉴스캔 DB]

대우건설(옛 대우) 또한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아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000년 대우가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로 물적분할된 뒤 고강도 인사 구조조정 등의 자구책을 실행한 끝에 워크아웃 돌입 4년 만인 2003년에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3조원의 대출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6조4000억 원에 인수했으나, 불과 2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또 다시 워크아웃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당시 '승자의 저주'로 불렸을 정도로 건설업계에 큰 충격파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됐다. 대우건설은 2022년 2월 중흥그룹에 인수됐고, 현재 해외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도 국내 건설업계 워크아웃 잔혹사의 한 퍼즐이다. 2016년 당시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했고, 워크아웃 진행 중 막대한 채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2019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21년 동부건설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자금난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과거 법정관리를 겪었던 동부건설 또한 한국토지신탁이 출자한 키스톤에코프라임에 인수된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건설사들은 PF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통상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할 정도까지 갔다고 하면 직원 구조조정이나 오너 사재 출연으로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조족지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PF 사업장 처분이 관건인데, 과거 현대건설과 같이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PF 사업장에서 추가 부실요소가 확인되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 있고 조(兆) 단위 보증채무도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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