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IMP 위기에 워크아웃 돌입...구조조정·수익개선·인력관리에 총력
2006년 워크아웃 졸업 후 업계 최대 수주 및 경영실적 달성하며 승승장구

국내 시공능력 15~20위권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 11일 공식 확정됐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이후 10년 만에 불거진 이번 사태에 건설업계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확정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무건선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대규모 정리 수순의 서막일 수 있다며 긴장감이 역력한 건설사도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는 고금리, PF 경색, 건설자재비 폭등, 내수침체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극복기 혹은 잔혹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뉴스캔>은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역대 국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잔혹사를 살펴 봤다. <편집자 주>

10년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10년만에 불거진 건설사 워크아웃 사태에 업계 긴장감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분수령을 맞은 태영건설의 향후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캔 DB]  

[뉴스캔=박진용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건설업계의 워크아웃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일로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회생을 위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자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대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크아웃은 경영정상화의 첫 수순에 불과하다. 채권단 지원과 고강도의 자구책을 통해 기업 신뢰도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결정된다. 워크아웃 입학보다졸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역대 국내 유력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사례는 어떨까.


◆ 현대건설, IMF 한파에 워크아웃...수익성 개선 및 조직개편 방점


현대건설 사옥. [사진=뉴스캔DB]
현대건설 사옥. [사진=뉴스캔DB]

건설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2001년 3월 채권단이 경영 정상화를 결정하면서 당해 8월부터 워크아웃에 전면 돌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불어닥친 자금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다.

국내에 IMF 파고가 일었을 1997년 현대건설은 국내외 시장에서 두루 실적을 내며 순항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자금 유동성 압박 문턱을 넘지 못하며 결국 워크아웃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해야 했다.

이에 2000년은 현대건설 창립 이래 수난사의 방점을 찍었던 해로 기록됐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1% 느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수익성에서 큰 하락 폭을 보이면서다. 수익성 하락은 곧 자금 유동성 결핍으로 이어졌고, 이는 워크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결국 이듬해 3월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의결했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은 IMF 외환위기로 인해 3년여 간 홍역을 치렀던 자금 유동성 악화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은 반대급부였다. 이와 함께 수익성과 자금 유동성에 방점을 둔 건설수주 사업을 진행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현대건설은 그해 8월 본격적인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그 이듬해에는 기업 내 주요 조직별 전문성 제고를 목표로 인사 및 교육 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전문기술직 직원들의 직급체계와 승진 시스템을 정비한 한편, 경력관리제를 도입하며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 효율도 높였다. 아울러 총 30과목의 직무 교재를 발간해 전문가 육성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약 4년 만인 2005년 말 워크아웃 졸업을 확정지었고, 다음 해인 2006년 5월 '창립 59주년' 기념일에 독자경영 실현 소식을 알렸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약 4년 만인 2005년 말 워크아웃 졸업을 확정지었고, 불과 5년여 만인 2006년 5월 채권단 경영체제를 졸업하고 정상 궤도로 복귀하며 업계에 워크아웃 졸업 모범사례를 남겼다. 당초 2006년 말경 워크아웃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보다 6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국내 원톱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으로도 지목된다. 

워크아웃이 종료된 당해 현대건설의 연 매출은 5조849억원으로, 건설 수주액은 무려 9조2408억원에 이른다.

워크아웃이라는 혹한기를 거친 현대건설의 중추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후 현대건설은 글로벌 미래성장 사업기반을 넓히고 촘촘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주요 과제를 착착 실현해 나갔다. 이에 2015~2016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록을 갈아치우며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금력을 보유하게 됐다.

2019년에는 현대건설이 10건의 재개발·재건축 현장들을 독점하며 국내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여기에는 워크아웃 당시 쌓아올렸던 인적관리 시스템과 수익성에 기반한 사업수주 등이 주효했다는 게 중평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워크아웃 당시 극한의 조직개편과 체계적 사내 교육 시스템 도입을 했던 것도 강력한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의 자력 회생 의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러한 과거사를 잊지 않고 미래지향적 경영 지속과 새 역량 확보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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