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초호화 법률대리인단 꾸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미약품 내 경영권 경쟁구도에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이에 2월부터 경영권을 사이에 둔 그룹 오너가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OCI-한미 통합 후 OCI홀딩스의 대표를 맡게 될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임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공동대표 간 유상증자 법적 공방이 관측되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도 최근 공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미약품의 가처분 신청은 첫 심문기일이 내달 7일로 잡혀있다.

임종윤 한미약품 대표는 12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 현물출자·신주발행 취득 등 통합 계약을 체결하자, 이에 대해 줄곧 반대 의견을 내 왔다.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대표 모녀가 보유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OCI홀딩스의 최대주주 등극을 노린 바 있다. 이와 반대로 OCI홀딩스 역시 현금 매수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품앗이 통합 계약인 셈이다.

실제로 OCI홀딩스는 송 회장 등 3인의 보유 주식 744만674주를 매입했고,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했다. OCI홀딩스는 4월30일까지 주금을 납입하게 되면 증자 이후 8.422%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아울러 두 회사간 최종 거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는 7703억원 규모(27% 지분)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송 회장과 임 대표도 OCI홀딩스의 지분 10.4%를 확보하게 되며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통합 후 임 대표와 이우현 OCI그룹 회장 공동대표 체제를 꾸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한미약품 장·차남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OCI-한미그룹 합병 소식에 임종윤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OCI홀딩스 이 회장은 양사 통합계획 발표 직후인 14일 임종윤 대표를 직접 만나 이같은 구상을 전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상 절차에 불과하다는 임 대표 측 해석이 이어지면서 추가 회동은 무산됐다.


◆ 한미-OCI 합병에 반격 나선 임종윤·임종훈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 공동 사장. [사진=한미약품 제공]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 공동 사장. [사진=한미약품 제공]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공동대표는 이에 즉각 '반격모드'로 전환했다. 두 형제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준비에 나섰고, 이를 위해 국내 유력 법무법인인 지평의 소속 변호사 7명을 선임했다. 이들 중 29년 동안 판사를 지낸 윤성원 대표 변호사도 포함돼 있어 재계에서도 역대급 법률대리 라인업이라는 평도 나온다.

임종윤·임종훈 공동대표는 이를 통해 한미사이언스가 발행을 추진 중인 총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반드시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신주 발행의 경우 통상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주주 동의를 바탕으로 이뤄진다지만, 두 형제 대표는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밝힌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통합'이 아닌 '경영권 획득을 위한 통합'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유상증자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켜 법적 우위를 점한하는 구상으로 읽힌다.

결국 한미약품 오너가의 경영권 법정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 형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한미사이언스 측 항고가 이뤄질 전망이고,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두 형제의 추가 본안소송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첫 분수령은 다가오는 주주총회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12.15%를 가지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 보트로 지목된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과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국민연금, 임성기재단 등 대주주들도 차기 주주총회의 중대 변수로 꼽힌다. 결국 모녀와 두 형제가 이들 대주주 중 먼저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임주현 사장의 뒤를 그룹 회장인 모친이 받치고 있고,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들을 중심으로 통합 후 임주현 체제를 지지하는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임종윤·임종훈 형제 공동대표의 반격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결국 '적통성 싸움'으로 흘러갈텐데, 이들 모두가 혈연으로 묶여있는 만큼 핵심 주주들의 고민도 큰 상황이지 않겠나. 결국 이번 경영권 경쟁전은 대주주들과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잘 들어맞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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