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33년 전통 포스코맨 출신...실무부터 리더십까지 '팔방미인' 평가
철강실적 개선, 노사분규 해소, 이차전지 신사업 재기 등 해소과제 산적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포스코 제공]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사진=포스코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내달 장인화 전 포스코 대표이사가 그룹 차기 신임회장에 취임한다.

포스코는 임기만료를 앞둔 최정우 체제에서 빚어진 철강업계 침체, 노사 불화, 철강 포항제철소 침수 사고, 이사회 해외출장 논란 등 각종 부정 이슈를 뒤로한 채 전통 '철강맨'으로 알려진 장 전 대표를 발탁했다. 포스코 순혈주의를 앞세워 당면과제들을 해소해 나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장 전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시장 한파를 맞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게 된 만큼, 경영·조직 개선은 물론 수뇌부의 모럴해저드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장인화호(號) 포스코의 미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장 전 대표는 33년 경력의 '포스코맨'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에서 각종 실무와 현장경험, 임원을 거쳐 대표 직에 오른 리더십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평직원들에게도 평소 존칭을 섞는 장 전 대표의 인품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포스코가 처한 노사 갈등, 철강시장 리스크 등은 신임 회장 취임 후 넘어야 할 거대 장벽이다. 아울러 사내 고위직의 윤리 해이도 장 전 대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장 전 사장을 차기 그룹 회장 후보로 낙점했다. 이로써 장 전 대표는 오는 3월21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그룹 10대 회장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3년 뒤인 오는 2027년 3월까지다. 

장 전 대표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와 동 대학원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지난 1988년 포항공대(현 포스텍)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포스코에 입성했다. 그는 입사 후 30년 이상 포스코에 재직하며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리더십을 집적했다. 이후 2018년에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커리어 방점을 찍었고, 2021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렇듯 R&D(연구개발), 해외사업, 마케팅, 리더십에서 두루 역량을 내비친 장 전 대표를 향한 사내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장 전 대표는 과거 포스코 현역 시절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제철소 구축, 국내 최초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 선정 등 트로피를 남긴 바 있다. 아울러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리튬 양·음극재 등 그룹 신사업 구축을 통한 미래먹거리 확보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던 그다. 

 포스코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장 전 대표는 또 현역 시절에 직원들과 격의없는 소통과 현장 친화적 행보로 내부 호평을 받은 바 있어, 포스코그룹의 대못이 된 노사갈등을 해소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는 앞서 외부 인사인 LG에너지솔루션 전 부회장에 대한 그룹 회장 발탁설이 잦아든 배경으로도 꼽힌다. 포스코와 연이 깊은 장 전 대표를 발탁해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고, 철강업계와 내부 사정에 밝은 그를 그룹 재기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장인화號, 취임 후 선결과제는


이런 가운데, 장 전 대표가 회장 취임 후 그룹 차원의 당면과제들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룹 지휘체제 변경을 앞두고 지난 19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조는 장 전 대표와 회상 인수위원회 측에 회동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의 화약고로 작용하고 있는 노사분규를 해소할 실마리가 될 대화의 장으로 보이는 만큼, 장 전 대표에게 그룹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포스코 노조는 장 전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며 "현재 포스코 그룹은 각종 규제와 사업 다변화 격류 속에서 수뇌부들의 윤리 리스크까지 떠안은 상태로 다음 선장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 역시 후보와 대화를 통해 후추위에서 평가한 리더십과 함께 철강업을 존중하며 노동조합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만약 장 전 대표 측과 노조 간 회동이 성사될 경우 사내 하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통상임금 협상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장 전 대표 측은 현재 노조 의견을 적극 청취해 수렴 가능한 부분들을 적극 검토해 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경기불황에 국내 철강경기가 악화일로에 처한 것도 장 전 대표의 중대 해소과제로 꼽힌다. 

 포스코 사옥 내부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사옥 내부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국내 철강업계는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원재료 상승과 건설내수 침체 등으로 사업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원가가 저렴한 중국산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서 포스코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포스코의 주력 신사업이었던 이차전지 부문도 전기차 시장 답보세에 모멘텀이 떨어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 철강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5570억 원으로 전년(3조2360억 원) 대비 21%, 2021년(8조4400억 원) 대비 무려 70% 줄었다. 포스코 최대 사업군인 철강의 이같은 실적 부진은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도 작용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 등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내부 인식도 깊다. 

이 밖에 유럽발 탄소중립 규제에 발맞춘 수소환원제철(HyREX) 전환도 선결과제 중 하나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우위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상용화까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장 전 대표는 전통 포스코맨 출신으로, 대내외 역량을 두루 갖춘 인사다. 원만하고 친화적인 성격이라 노사 간 대화를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철강경기 부진은 업계 공통이라 장인화 포스코가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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