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솔루션, 기업 매출 80%대...비주류 기판, 전장 키우며 체질개선 시도

CES 2024 현장에서 문혁수 LG이노텍 CEO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이노텍 제공]
CES 2024 현장에서 문혁수 LG이노텍 CEO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이노텍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LG이노텍이 문혁수 전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을 새 사령탑으로 맞았다. 1970년생인 그가 정철동(1961년생) 전 대표에 비해 9살 젊은 만큼, LG이노텍도 세대교체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달 새 지도체제를 들인 문혁수호(號) LG이노텍은 실적 및 체질 개선,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여러 당면과제들을 앞두고 있어 문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특히 LG이노텍의 3대 사업 포트폴리오인 광학솔루션, 반도체 기판, 전장 부품 등의 고른 성장을 이끌어낼 지 여부가 문 대표의 최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화학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G전선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고, LG이노텍으로 둥지를 옮기며 지금에 이르렀다. 

LG이노텍에서 문 대표의 활약은 괄목할 만 하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부문을 글로벌 모바일 카메라모듈 시장의 핵심 브랜드로 견인한 데 이어, 새 대표이사로 부임한 현재는 주요 사업 간 매출격차 해소를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광학솔루션 키워낸 문혁수, 3대 사업 균형추 조절은 시험대


LG이노텍의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의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제공]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연매출 9조 원대에서 2021년 14조 원, 2022년 19조 원에 이르는 등 성장세가 가팔랐다. 지난해에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며 새 고지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글로벌 최대 IT 기업인 애플을 고객사를 둔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애플에 LG이노텍의 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전체 매출의 75%에 달하는 수준에 달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LG이노텍의 호재이자 잠정 리스크로 지목됐다. 매출 과편중을 해소하지 않으면 애플의 아이폰 판매 동향에 따라 이 회사의 실적도 휘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지금의 실적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판과 전장 사업의 동반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업계 진단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휘봉을 이어받은 문 대표는 현재 효자 사업부인 광학솔루션의 상승세를 유지하면서도 타 사업부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LG이노텍의 중장기 비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LG이노텍의 실적 흐름은 좋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20조60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다만 영업이익(8308억 원)의 경우 소폭 줄었다. 

LG이노텍이 매출 20조 클럽에 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단연 문 대표의 전문분야인 광학솔루션 부문이 손꼽힌다.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7조2898억 원으로, 이 회사 전체 매출의 무려 83.9%를 이룬다. 반면 기판소재사업부와 전장부품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각각 6.4%와 7.6%로 이들 사업 간 매출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는 모바일, IoT(사물인터넷), XR(메타버스·확장현실) 기기 등 최첨단 기기에 적용되는 카메라 모듈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최근 실적 추이상 이러한 스마트기기 사업이 LG이노텍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카메라 모듈 강세가 이어지면서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은 지난 2019년 5조4257억 원에서 4년 만인 지난해에는 그 3배를 넘어선 17조2898억 원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호조에 따른 부가효과라는 분석이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따라 광학솔루션사업부 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증폭하는 현상도 이를 방증한다.


◆ 문혁수, '전장·기판 성장' 비전 현실화 어떻게


LG이노텍은 최근 전기차 및 자율주행용 부품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사진=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최근 전기차 및 자율주행용 부품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사진=LG이노텍 제공]

이처럼 LG이노텍의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의 애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잠정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에 문 대표는 전장 및 기판 사업의 동반성장 비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최대 과업을 앞두고 있다.

이에 문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3대 중점 추진과제를 내놨다. 그 중 '수익 기반 성장'은 환경 변화에 흔들림이 없도록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LG이노텍은 우선 기판소재사업부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초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고밀도 회로 기판인 FC-BGA는 AI(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만큼, 미래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분야로 LG이노텍의 새 먹거리 사업이 될 전망이다. 이에 문혁수호 LG이노텍은 향후 이러한 기판 사업 활성화에 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경북 구미 제조라인 증설에 총 413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재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반도체 기판 등 핵심 부품사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또 다른 구상이다. 

LG이노텍은 기판 사업과 함께 동반성장이 요구되는 전기차, 자율주행 부품 사업의 역량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집중 관리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새로운 잠재성을 내비치는 중이다. 꾸준한 수요가 예상되는 배터리 유지관리 기술력을 보유함으로써 전장 사업의 새 동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 회사의 전장산업을 주도할 '무선 BMS'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무선 BMS는 기존 유선 모델과 달리 차량 주행거리를 최대 50km까지 늘렸고, 최대 90kg까지 차체를 경량화하는 등 성능이 대폭 개선돼 전기차업계의 시선이 쏠려있다. 글로벌 무선 BMS 시장은 오는 2028년이면 1조3000억 원 규모까지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무선 BMS가 이 회사의 새 효자 제품군으로 등극할지도 관건이다.

이 밖에도 LG이노텍은 기판·전장 부문에서 연구개발(R&D), 생산기술직 등 관련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사내 인재 확보에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기존 광학솔루션의 상승세를 지키면서도 반도체 기판, BMS 등 비주류 사업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 공고한 포트폴리오 삼각편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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