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 ‘감소’하는데...큰글자책 판매량 ‘증가’
성인 17.4% “시력 저하로 책 읽기 힘들어”
문체부-한국도서관협회, 큰글자책 14만여 권 보급

고령화 사회로 중장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문화 생활 대책으로 독서를 장려하며 '큰글자책'을 제작해 보급하고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고령화 사회로 중장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문화 생활 대책으로 독서를 장려하며 '큰글자책'을 제작해 보급하고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중장년층 인구가 늘어난 가운데 출판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한 '큰글자책'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 

큰글자책은 일반 글씨 크기를 16포인트 정도로 확대해 읽기 편하게 만든 책을 말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9년 576종이었던 큰글자책 출간 종수는 2020년 1042종, 2021년 1410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큰글자책 판매량도 전년보다 28.5% 증가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 중 지난 1년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연간 독서율’이 성인 55.4%, 초중고 학생 91.9%로 2017년 대비 성인은 6.9%포인트, 학생은 1.3%포인트 감소했다.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 역시 2009년 71.7%에서 2019년 52.1%로 10년 동안 약 20%포인트 감소했다.

독서율이 줄어든 반면 큰글자책 판매량이 급증한 데는 중장년층 상당수가 ‘시력 저하’에 따라 독서활동에 있어 적지않은 장애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성인 17.4%가 ‘시력 저하 등으로 글자가 보이지 않아서 책을 읽기 어렵다’고 답했다. 


◆ 독서 접근성 확대...큰글자책 제작 ‘활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양한 독서 지원책을 내놓으며 책 읽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9-2023) 4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독서복지 체계 구축을 통해 독서에서 차별과 소외당하는 계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독서문화진흥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세대별로 세분화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왔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층의 독서 접근성과 독서 참여 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큰글자책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문체부와 한국도서관협회는 2009년부터 큰글자책 사업을 추진하며, 2021년 기준 총 266종 14만여 권을 공공도서관에 보급했다. 작년에도 24종이 추가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보급한 2022년 큰글자책 목록. [사진=한국도서관협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보급한 2022년 큰글자책 목록. [사진=한국도서관협회 제공]

다양한 주제의 도서와 신간 도서를 제공하기 위해 도서관정보나루의 빅데이터와 대형 인터넷 서점의 판매 통계자료를 종합해 목록을 정리했으며, 도서관계전문가의 심사를 거쳤다.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도서관에서 만난 박수자(68) 씨는 “독서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잘한 글씨가 부담되던 중에 큰글자책을 알게 돼 소소한 기쁨을 얻고 있다”며 “글자가 커져서 읽기가 수월하고, 내용이 좋은 부분은 필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서관협회 담당자는 “앞으로 공공도서관에서 큰글자책 장서가 확충돼 출판계의 큰글자책 출판 시장이 커지고, 더욱더 많은 이용자가 큰글자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큰글자책 보급 지원 사업에 꾸준히 힘쓸 것”이라며 “도서관에서도 큰글자책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며, 중장년층을 비롯해 모두 편안한 독서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1년 큰글자책 보급 지원 사업 포스터. [사진=한국도서관협회 제공]
2021년 큰글자책 보급 지원 사업 포스터. [사진=한국도서관협회 제공]

이 같은 흐름에 각 출판사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큰글자책으로 앞다퉈내고 있다. 김영사는 총 82종을 출간해 판매하고 있으며 창비, 지성사, 커뮤니케이션북스, 사계절, 은행나무, 푸른숲 등도 큰글자책을 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큰글자책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소량 인쇄해야 하는 까닭에 책값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고,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단가를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수가 있는데 그 수치에 못 미치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큰글자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큰글자책 목록은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나 공공도서관에 문의하면 된다. 각 출판사 큰글자책은 해당 홈페이지나 온라인판매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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