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전체의 20% 이상 '초고령사회' 진입
고령 환자들 방문진료 필수지만 재정, 인력 부족에 의료계 "엄두 못 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방문진료가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수가 책정 등 현실적 문제가 산적해 있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사진=프리픽 제공]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방문진료가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수가 책정 등 현실적 문제가 산적해 있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출처=프리픽]

[뉴스캔=박진용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다.

이 가운데, 의료 수요가 높은 노인 인구 증가에 대비해 '방문진료'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부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서비스 품질 개선 차원에서 의료진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의료계에선 방문진료 사업에 미온적이다. 정부가 올해 4년차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참여율은 불과 1%대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본사업 전환을 위해선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이나 방문진료에 따른 수가 책정 등 현실적 요건에서 수요·공급 간 괴리가 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 첫 시행된 이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노인복지의 핵심인 의료서비스 개선 차원으로 실시된 국책 프로젝트다.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방문진료에 응할 경우 적정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올해도 이같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참여율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정부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4년차에 접어드는 올 상반기까지 기준 의원 참여율은 전국 전체 의원의 1.3%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사업 공모에 응한 의료기관(의원·한의원)은 총 3856곳으로, 의원이 930곳, 한의원이 2926곳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가운데 실제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해 의료비를 청구한 곳은 638곳에 불과했다. 이는 실제 방문진료에 나선 의료기관은 국내 4만9507개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1.3%에 불과한 셈이다.   

이 기간 시범사업에 응모해 방문진료를 실시한 의사·한의사는 기준 총 722명(의사 250명·한의사 47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1만4242명으로, 방문 건수는 그 5배 이상에 달하는 7만9938건에 달한다. 방문진료 정부 정책에 호응한 극소수 의사, 한의사들이 다수의 의료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는 방문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회의적 시각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의료계가 이렇듯 방문진료에 시큰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경기 안양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한 개원의는 9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의원급 개원의 상당수가 일반 병원과 달리 대부분 1인 시스템이라 외래·내래 진료를 병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은 작년에 정부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하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외래 진료로 받는 수가도 많지 않은 데다, 장시간 외진으로 의원을 비우게 되면 사업성이 극도로 떨어져 (의원) 경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 강동구 소재의 한 재활전문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도 "의사로서 직업적 소명이 있다지만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방문진료가 미래 필수 의료서비스라고 해도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외래 진료에 대한 수가 현실화 등을 위해 과감한 예산 투입을 해야 방문진료에 응하는 의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그는 "의원이든 한의원이든 개원의 한 명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다수"라며 "방문진료는 더 이상 거시적 문제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의료복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수가 책정이나 의원들의 인력 부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세심하게 고려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결국 허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개원의들의 외래 진료 경험 부족도 방문진료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래 진료 접수부터 현장방문까지 스케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변수가 많은 외래 현장에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치료비 지급체계 현실화 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홍보와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방문진료를 정착시키려면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외래 진료 홍보나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래 진료가 일반화된 국내 의료계에서 방문진료는 그야말로 새 영역이다. 정부가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본사업화하기에 앞서 수가는 물론 사전 교육, 홍보에 대한 촘촘한 정책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