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자이안단테, '설계·시공·감리 모두 낙제점' 총체적 부실 드러나
GS건설 1666세대 전면 재시공 결정...입주자 피해보상 등 5500억 부담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사진=건설사고조사위원회]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사진=건설사고조사위원회] 

[뉴스캔=박진용 기자]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신도시 자이안단테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설계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는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시공을 맡은 GS건설은 이번 사고로 브랜드 신뢰도 실추는 물론, 수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전면 재시공 비용에 주가 폭락까지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사고는 하중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실 설계부터 설계 매뉴얼에 따르지 않은 시공사의 부실 시공, 안일한 감리까지 총망라됐다는 점에서, 담당 정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국내 건설업계의 설계·시공·감리 실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LH공사가 발주한 검단 자이 아파트의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시공 및 사업관리는 GS건설, 감리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가 각각 맡았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자체 구성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이번 붕괴사고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및 품질관리 미흡 ▲공사현장에 대한 하중 관리 부실 등이 지적된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은 수평으로 무게를 지탱해주는 보를 사용하는 대신 수직 기둥으로 넓은 슬래브를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됐다. 이 경우 하중이 집중되는 수직 기둥에 전단보강근을 추가해야 하나, 설계사의 작업 오류로 기둥 32개 중 17개 기둥에만 전단보강근을 넣도록 설계됐다. 무려 15개 기둥에 대한 보강재 설계가 누락된 것. 전체 하중을 견뎌야 하는 수직 기둥의 절반가량이 부실 설계됐으니 지하주차장 붕괴는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여기에 감리사인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도 수직 기둥 상당수에 전단보강근이 빠진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 시공' 시행 방식에 따라 설계서를 면밀히 검토했어야 할 시공사와 발주처도 착공 시점까지 설계상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 시공은 전단보강근이 설계 핵심요소다. 그러나 설계사부터 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해당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한 것은 건설업무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와 안일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GS건설의 부실 시공도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사조위 조사 결과 붕괴구간을 제외하고 식별이 가능한 8개 기둥의 전단보강근 설치 여부를 확인해보니 그 중 절반인 4개 기둥에는 전단보강근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 오류와 별개로 GS건설이 설계서대로 시공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공 단계에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초 레미콘 업체로부터 수급된 콘크리트의 강도는 기준치 이상이었지만, 공사현장에서 타설·양생 과정을 거치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미달 수준으로 희석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가 붕괴구간의 콘크리트 강도를 테스트해 보니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를 밑도는 수준인 16.9MPa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사고조사 총책을 맡은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설치되지 않으며 무게를 견디는 저항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설계 도면상 오류가 바로잡히지 않고 시행까지 이어지면서 붕괴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사조위는 이번 붕괴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량판 구조 설계·시공에 대한 심의절차 강화 ▲콘크리트 품질 관리·개선 ▲검측절차 강화와 관련기준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천 서구의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에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인천 서구의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에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뉴스캔DB]

이에 국토부는 GS건설의 전국 83개 현장을 전수 점검하는 한편, 이번 붕괴사고로 부실 설계·시공·감리가 드러난 업체들에 대해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중순까지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주차장과 함께 '와르르' 무너진 GS건설 신뢰도와 주가  


GS건설은 이번 붕괴사고로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실 시공으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면서 GS건설의 신뢰도와 주가도 덩달아 고꾸라졌다. GS건설의 고급형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Xi)의 이미지 손상도 뼈아프다. 

GS건설의 주가는 지난 6일 기준 전일 대비 무려 19.47% 하락한 1만4500원대로 폭락했다. 이는 지난 2004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일 국토부 사조위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GS건설은 사조위 조사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공식 사과문을 내고 "시공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허리를 숙였다. 

아울러 브랜드 신뢰도 회복을 위해 사고현장 철거 및 아파트(1666세대) 재시공, 입주예정자 보상 등에 소요되는 5500억 원가량을 모두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올 상반기 결산 손실로 반영되는 만큼, GS건설의 2분기 영업손실 쇼크가 예견된 상황이다. 

다만 GS건설이 공동 시공사(동부건설·대보건설)나 발주처(LH)와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사고 아파트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재시공 일정 및 비용 분담 등을 놓고 이들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 자이 아파트의 시공 지분은 GS건설이 40%, 동부건설과 대보건설이 각각 지분 30%씩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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