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체계 강화 및 기득권 제로화 통한 '부실시공 근절' 도모
'블랙박스 동영상' 건설 주요 공정별 모니터링제 도입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동영상 기록관리(블랙박스)'를 본격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사진=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공공 아파트 상당수가 설계·시공 단계에서 철근 등 핵심 부자재를 누락해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시장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공공주택 공기관인 LH는 최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전관(前官) 업체 논란 등으로 지난 2021년 부동산 투기 사태에 준하는 거대 풍파를 맞았다. '이권 카르텔'의 조각 실체가 드러난 거대 공기업을 향한 공분도 거세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산하 주택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최근 잇따라 공공부문 건설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혁신안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 SH의 중점 과제로 '공공주택 질적 제고'를 지목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SH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공 품질과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공고히 해 부실시공을 제로화한다는 이른바 '서울형 감리'를 도입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는 SH의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서울시 관할에서 제2의 LH '순살 아파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SH가 이날 발표한 부실시공 세부 현신안에 따르면 공사에 앞서 설계 단계부터 핵심 자재가 누락되는 등의 오류가 없었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 것으로 읽힌다. 그 일환으로 SH는 감리사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즉시 공사를 중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간 건설업계에서 부실공사 근원으로 꾸준히 지목됐던 감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게 SH의 구상이다. SH는 현행 감리 업무체계를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해당 분석 결과를 토대로 대대적인 '감리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감리사의 설계·시공 품질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SH가 직접 이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김헌동 SH 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감리사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을 대표해서 품질·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품질을 감독할 감리사에게 공사가 직접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리업체가 대가를 중간에 가로채지 못하게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감리업체 권한을 확대하게 될 경우 생길 수 있는 건설 시행사 등의 대가성 로비 부작용까지 충분히 감안하겠다는 것. 

김 사장은 최근 복수의 언론을 통해 감리업체가 오히려 시행사의 눈치를 보는 '역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그간 감리사의 관리감독 업무비용은 시행사에서 지급되다 보니 감리사의 권한과 영향력이 시공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감리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S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발생과 동시에 자사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로 준공된 아파트(지하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SH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가 있었을 당시 전수조사 지시가 하달됐다"라며 "현재 전수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조사 대상은 2014년에 착공해 2017년에 준공된 송파구 위례 23단지를 포함한 총 8곳"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H의 이번 혁신안에는 건설분야 기득권 제로화를 비롯해 SH 아파트의 분양원가·준공도면·사업결과 공개, SH가 자체 시행 중인 후분양제·직접시공제·적정임금제 지속 등의 세부안도 담겼다. SH 아파트의 설계·도급내역서, 분양수익 사용 명세서 등 관련 정보는 SH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앞서 SH는 부실시공 방지 등 건설현장 혁신을 위한 '동영상 블랙박스 기록관리' 매뉴얼도 제시한 바 있다. SH의 '안전계약특수조건' 내규에 건설 핵심 공정별로 블랙박스를 통한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한 '서울시 공사계약특수조건' 조항을 추가한 게 골자다. 

이와 관련, 김헌동 SH 사장은 "동영상 기록관리를 활용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안전사고 신속대응 체계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현장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