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보완시공 의무화 및 준공승인 보류'
건설사 "공사비 인상 부담에 분양가 상승 및 주택공급 위축 우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이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해소 방안을 내놨다. 향후 신축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 법정 기준에 미달되면 시공사가 반드시 보완 공사를 실시토록 하고, 보완 미비 시 지방자치단체가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도록 주택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층간소음 기준에 부합한 시공을 하려면 건설사 입장에서 추가 공사비 발생이 불가피한데, 이 또한 전적으로 사업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규정했다. 보완 시공으로 인한 입주 지연 등 피해 보상도 시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렇듯 정부가 고질적 사회 문제로 지목되는 층간소음 이슈에 초대형 메스를 집어든 만큼, 건설업계에 대한 규제망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이나 공기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가 층간소음 발생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시공사에 있다는 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 기류 변화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층간소음 기준에 부합한 시공법 확보에 총력을 다 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의무 보완시공에 준공 승인 보류까지


원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가 도입했던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다.

사후 확인제는 3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특정 가구를 무작위 추출해 층간소음 기준에 부합한지 여부를 검사토록 한 제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층간소음 법정 기준(49dB)에 미달되면 시공사에 보완 공사 및 손해 배상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권고 조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편 사례도 잇따른다. 심지어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사건이라는 비극적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층간소음에 고통받는 입주민들로선 소음 유발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설령 승소하더라도 통상 피해보상액보다 소송비가 큰 실정이라 법적 대응도 마땅찮은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근본적 예방책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신축 아파트에 대해선 보완 시공을 의무화하는 한편, 끝내 보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의 경우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는 고강도 방안을 내놨다.

특히 지자체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파트 입주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공사로선 천문학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층간소음 기준을 맞춰야 한다. 시공사로선 기준 미달로 보강이 이뤄지는 경우도 난감하긴 매한가지다. 공사가 길어져 입주가 지연되면 입주예정자들은 당장 거처를 구하거나 대출 이자를 내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피해 보상도 건설사들의 몫이다. 

현재는 시공사가 보완시공과 손해배상 중 택일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향후 장기 입주 지연 등 예외적 경우에 한해 보완시공을 손해배상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입주예정자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 검사 결과도 대외적으로 공개된다. 잠정 실수요층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현재 입주예정자에 대한 손배 가이드라인 구축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층간소음 측정 기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전체 세대의 2%였던 검사 샘플을 5%로 늘리고, 층간소음 점검 시기도 완공 이후가 아닌 준공 8~15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층간소음 사후 점검은 기준 미달 시 재시공이 어렵고, 자금력이 부족한 시공사는 보완 시공조차 엄두를 내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마감재까지 다 된 다음에 검사하다 보니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뜯어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준공해주는 경우가 있었다"며 "시공 중간 단계에 미리미리 검사해 보완 시공 지도·감독을 실효성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2025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도 모두 층간소음 기준 1등급(37㏈)에 맞춰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LH는 층간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을 집중 시험·연구할 수 있는 자체 시절을 구축할 예정이다. 


◆ 건설사들 "정부 취지 공감하지만, 공사비 인상은 거대 리스크" 


정부가 이처럼 고강도 규제 강화안을 내걸자, 건설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층간소음 기준 부합화에 소요되는 추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지만,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시공법 확보부터 공사비 인상, 공기 지연 등을 당장 감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3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건설사들 역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바다. 다만 현실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선 같은 부지면적에 공급할 수 있는 세대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방음재 등 추가 자재에 인건비까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사비 증가분을 오롯이 건설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면 건설사도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분양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층간소음 최소화 공법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라지만 재정능력이나 기술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막대한 공사비 증액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층간소음 해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금리도 높고 원자재비에 인건비까지 오르는 상황인데 규제 강화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아파트 공급이 대기업 중심으로 쪼그라들면서 시장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 건설사와 입주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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