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화장률 89.7%...수목장 선호도 높아
자연과 동화·국토 훼손 적고 비용 절감도
인근 주민 “교통 혼잡, 땅값 하락, 철회하라”

자연 훼손을 줄이고 자연과 동화된다는 이유로 수목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있는 가운데 교통 혼잡과 생활의 불편함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수목장 설립을 반대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자연 훼손을 줄이고 자연과 동화된다는 이유로 수목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있는 가운데 교통 혼잡과 생활의 불편함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수목장 설립을 반대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장묘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수목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수목장이 보류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한 골분을 나무 밑에 묻는 장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친환경 장례'로 평가받는다. 비석과 상석, 봉분을 만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89.7%로 집계됐다. 여전히 한국에서 화장을 선호하는 것은 매장보다 관리가 편하고 위생적인 이유가 꼽힌다. 

화장한 골분은 유골을 묻거나 뿌린 곳 주위에 꽃을 심어 정원으로 만드는 화초장, 정사각형 면적에 유골을 묻고 잔디를 덮은 후 표지석을 설치하는 잔디장, 수목장 등으로 안치된다.

이런 장례형태를 '자연장'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수목장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수목장은 사후에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는 점과 자연이나 국토의 훼손이 적다는 장점이 있고 경제적 부담도 덜 하다.

최근 산림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립 하늘숲추모원에 수목장으로 고인을 모신 7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목장에 대한 선호도와 만족도가 모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전체 응답자의 81%가 사후에 본인도 수목장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 사망 시 수목장을 하겠다고 응답한 경우는 82.3%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친지, 이웃 등에게 수목장을 권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83.4%로 높은 수치다.

수목장하게 되면 좋은 점으로는 사후에 자연과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은 응답자가 44.3%로 가장 많았고, 자연과 국토 훼손이 없다는 점을 꼽은 응답자가 40.8%로 그다음을 이었다.


◆ 2007년 법 도입 후 2009년 첫 수목장...자연친화적 장묘문화 '주목'


우리나라 첫 수목장림은 개원 4개월 만에 630위가 넘는 고인이 안치됐으며, 1920여 건의 사용계약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서울시 자연장지 시범사업 조성현황.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우리나라 첫 수목장림은 개원 4개월 만에 630위가 넘는 고인이 안치됐으며, 1920여 건의 사용계약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서울시 자연장지 시범사업 조성현황.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우리나라의 수목장은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도입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수목장림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2009년 5월 경기도 양평의 국유림 10 헥타르(ha)에 수목장림을 처음으로 조성했다. 국유수목장림은 개원 4개월 만에 630위가 넘는 고인이 안치되고 1920여 건의 수목장 사용계약이 이뤄졌다.

이처럼 수목장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림청은 건전한 장묘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민간단체와 협력해 수목장 실천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수목장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장의차가 드나들어 보기 좋지 않고, 수목장을 찾는 사람들로 도로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곧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최근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정성리 부연마을도 수목장 문제로 시끄럽다.

앞서 3월 이 마을 주민 30여 명은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도 없이 수목장 설치가 추진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인근 야산 종중자 연장지 조성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거실에서 공동묘지가 보이는데 누가 이사 오냐”며 “마을 이미지 훼손과 땅값 하락, 운구 차량으로 인한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 매연에 의한 환경 파괴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목장 설치가 무산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주시와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지역 한 종중은 1월 대소원면 장성리 부연마을 인근 야산에 종중 자연장지 조성 허가를 요청했다. 수목장 규모는 557㎡(약 168평)다.


◆ 지자체 노력에도 지역주민 반발 여전..."마을 이미지 훼손" 호소


심각한 묘지난 해소와 산림 보호를 위한 장묘문화로 수목장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개선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프리픽 제공]
심각한 묘지난 해소와 산림 보호를 위한 장묘문화로 수목장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개선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프리픽 제공]

그러나 귀농·귀촌 세대들이 거주하는 주택단지와 약 50m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시 관계자는 “보완 서류 등을 검토해 부서 협의 결과 어긋난 사항이 없을 경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선 마을과 종중이 원만히 타협하도록 돕고, 분쟁이 이어지면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수목장 건립을 취소했다가 재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계정리 일대 야산에 수목장 건립이 재추진되자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반대 집회했다.

여영길 수륜면 계정1리 이장은 “주민공청회 한번 없이 수목장이 들어설 수 있냐”며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유치로 한껏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수륜면민 등 1200여 명이 서명운동에 나서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해당 종교단체는 약 3개월 만에 신청 취하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단체가 수목장 조성을 위한 재허가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일부 장사업체들은 불법적으로 사설 수목장을 조성하고 운영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각한 묘지난 해소와 산림 보호를 위한 장묘문화로 수목장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개선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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