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폭염 등 이상기후에 국산 배추, 시금치 등 농산품價 폭등
식량 수급 문제, 이제는 지구촌 공통과제...韓정부 대안 마련 시급

최근 국제사회는 식량난 등 기후변화 리스크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최근 국제사회는 식량난 등 기후변화 리스크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기후변화 리스크는 어느덧 국제사회의 공통 극복과제가 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엘니뇨, 사막화, 폭염, 폭우·홍수 등 극한의 기상이변 현상이 감지되면서, 세계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국제연합(UN)이 최근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공식 입장을 냈고, 유럽연합(EU)에서도 올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리스크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최근 농업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하고 있는 식량난 문제는 잠정적 대응 과제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산 채소와 과일 시세는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상추값은 이달 들어 기존의 5배가량이 뛰었다. 이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농가 침수로 공급량이 급감하며 채소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이 된 것이다.

적도 부근 수온이 상승하는 이른바 '엘니뇨'가 심화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집중호우 직후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배추, 상추, 시금치 등 엽채류 농작물 재배가 후속타를 맞으며 시세 줄폭등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미지=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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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소매가는 1포기당 6880원으로 전주 대비 1310원, 1포기당 도매가는 1만5190원으로 전주 대비 무려 6950원 올랐다. 집중호우로 인한 생육 저하에 농장 침수로 출하량이 크게 줄은 탓이다. 아울러 주요 산지인 충청권이 폭우로 엽채류 농가들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도 시세 폭등을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상기후는 농작물 시세 폭등을 넘어 소비자물가마저 출렁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작물 물가는 전월 대비 4.7% 올랐고, 이달 소비자물가 증가 폭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서민경제의 핵심 지표인 밥상물가가 이른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으며 민생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이 때문에 올 여름 이같은 농작물 시세 폭등은 국내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위기 시그널로 정부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기후학자들은 올 여름 이상기후가 북극의 고온화로 인해 극지방에 맴돌았던 제트기류가 한반도로 상륙하면서 우기가 길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북상해야 할 장마전선이 한반도에서 정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연평균 기온이 12도에 불과했던 1970년대와 비교해 지난해 기준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1도나 올랐다. 연평균 강수량도 지난 50년 사이에 140㎜가량 늘었다. 

해외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심상찮은 통계들이 쏟아진다. WMO(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표면 온도는 16.95도로, 역대 월별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해수 온도도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이달 기준 글로벌 해역의 48%가량이 예년 수온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1991년 이후 역대 최고 평균 온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극한의 이상기후는 결국 지구촌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관된 관측이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프리픽 제공]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분출한다. 감사원은 최근 실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에서 2035~2036년 국제 밀·콩·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9.3%, 30%, 5.1%씩 감소할 것이란 국제통계를 제시하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식량안보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국내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공급망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의 국가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게 해당 감사 보고서의 골자다. 

여기에 불안정한 국제 정세도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흑해 곡물협정 결렬로 곡물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이 예년 대비 3분의 1 수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양국이 재차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발 곡물 수출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가 머지않아 치열한 식량 공급망 경쟁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파다하다.

이와 관련,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라며 "(글로벌) 정부와 기업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농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탄력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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