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합리적 이유 없다’에도 ‘노키즈존’ 활발
정부, 공개 ‘노키즈존’ 400여 곳 대상 실태조사 실시
특정 집단 겨냥한 노ㅇㅇ존 ‘우후죽순’...사회적 문제

식당과 카페에서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2014년 처음 노키즈존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노키즈존은 500곳이 훌쩍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주 입장에서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만, 역으로 아동을 동반한 고객에 대한 차별이 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국가 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 운영을 놓고 '아동 차별'로 해석하면서 논란의 불이 번졌다. 10년째 찬반 논쟁 중인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일러스트= 배모니카 기자]
[일러스트= 배모니카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 2016년 9월, A씨는 제주도 한 식당에 9세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식사를 위해 방문했지만 “13세 이하 아동은 이용할 수 없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 2022년 3월, B씨는 생후 100일인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백화점 VIP 라운지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자녀가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했다. 인권위는 이 역시 “아동차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인권위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해 13세 이하 아동 식당 출입 전면 금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으나, 노키즈존 지도에 의하면 국내 노키즈존은 5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전국 노키즈존의 14%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송창권 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올해 초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노키즈존) 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을 추진했다. 송 위원장은 “제주지역은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이들이 차별받고 상처받아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이를 심사보류 결정했다.

김경미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은 “이 조례안은 아동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고 상호 존중받는 사회 구현을 위한 목적과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법률유보 원칙, 영업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 충돌로 인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심사보류 사유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노키즈존 매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식당이나 카페 400여 곳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매장 이유와 인식도 등을 알아보고,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보건복지부는 노키즈존 매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식당이나 카페 400여 곳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매장 이유와 인식도 등을 알아보고,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노키즈존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노키즈존 실태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에 노키즈존 실태조사 연구를 의뢰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노키즈존에 대해 전수조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노키즈존 매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식당, 카페 등 사업장으로 전국 4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이번 조사는 사업주가 매장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이유, 사업주와 부모 및 고객의 인식도 등을 알아보고, 노키즈존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조사는 다음 달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껏 노키즈존 현황에 대한 공식적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어 육아 친화적 환경 조성 차원에서 실태조사 연구를 시행한다”며 “정부가 노키즈존 매장을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현황을 파악해 보고 인식 개선 캠페인, 내부 정책 마련 등에 있어 논의 토대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특정 집단' 차별 사례 늘어나...사회적 문제 야기


노키즈존에 이어 노ㅇㅇ존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노키즈존에 이어 노ㅇㅇ존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최근에는 노키즈존에 이어 노시니어존, 노20대존, 노아재존, 노래퍼존 등 ‘노ㅇㅇ존’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노시니어존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한 카페 출입문에 붙은 ‘노시니어존’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안내견은 환영한다면서도 노년층의 출입은 금지하겠다는 가게 주인의 글이 논란이 됐다.

이에 차별이라는 비판과 무례한 손님이 많아 그럴 수 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진일(73) 씨는 “젊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되도록 안 가려고 노력하지만, 노시니어존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생각에 한참 빠졌다”며 “늙은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게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하나(37) 씨는 “업주 생각에 따른 조치는 서로 존중해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모든 어르신이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말을 함부로 하거나 심술부리는 사람도 있어 난처할 때도 많다”며 노시니어존 찬성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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