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대규모 배터리공장 설립, 이차전지 사업에도 '반도체 성공 DNA' 심나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新)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는 용인·평택, 구미, 포항, 청주 등 7개 지역을 허브 삼아 대규모 국가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쏟고 있다. 아울러 국가산업형 특화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대해 국가보조금, 각종 금융·세금 혜택,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에 삼성, LG, SK,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유망 사업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국가 산업 활성화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유니콘 기업이 되길 희망하는 스타트업들도 정부의 미래산업 육성 기조에 적극 부응해 독자적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뉴스캔>은 현 정부의 신산업 육성 면면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체질변화 흐름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통적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무역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 3대 신사업군으로 지목되는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산업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와 흑자 무역수지 패턴을 정착시키기 위해 이같은 산업 활성화 정책에 골몰해 왔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익구조상 경쟁력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기성 품목 중심의 수출은 결국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며, 미래형 산업에서 초격차 고유 기술을 확보해야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우리나라의 미래 수출 방향성과 수출 활성화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캔 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캔 DB]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093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지난 11개월 동안 수출이 꾸준히 감소했는데,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부품과 석유제품 등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반도체·IT 강국인 한국의 반도체 및 무선통신 무역이 전년 대비 각각 34.9%,15.6%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과 아세안 국가 등지에서도 수출이 20% 수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개선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동차, 이차전지, 선박의 해외 수출 증가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세 하락 등으로 지난 6~8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효자 무역품목이었던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부침을 겪고 있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에게 또 다른 알짜 교역 품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숙원과제를 던져줬다.


◆ 반도체 전통강호 삼성, 초격차 기술로 업계 맏형 자리 지킨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하자는 이른바 '반도체 2030'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게 이 회장이 내놓은 이정표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존 133조 원에 38조 원을 더한 총 171조 원을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후속 방침도 내놨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몸집이 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23.88%인 반면,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76.12%에 달해 편차가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부침을 겪고 있다.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지난해 기준)은 3.3% 수준에 그치며 반도체 강국의 위상에 금이 간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사전 주문 수량이 확정적으로 공급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발주사나 시장 상황에 따라 주문 수량 일부 또는 상당수가 공급이 백지화되는 일이 적잖아 변수가 많다. 

이렇다 보니 국내 굴지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2030 비전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꾸준히 키워 온 결과 지난해 연 매출이 30조 원대로 올라섰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주축으로 꼽히는 파운드리는 100조 원이 넘는 수주 잔액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 [사진=삼성전자 제공]

다만 삼성 반도체에 주어진 거대 극복과제도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 전문기업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5.8%로 1위인 TSMC(58.5%)에 15.8%포인트 뒤처진 42.7%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예년과 비교해 TSMC와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흐름이어서 과감한 경영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는 내부 자성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엄존한다. 지난 3월 정부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의 일환으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강조한 바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반도체 초강대국' 등 추상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비판이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폼펙터인 LPCAMM을 공개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 초격차 기술 확보로 메모리 업계 맏형 자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삼성은 이와 함께 AI(인공지능) 특화 메모리 기술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에서 초격차 기술을 꾸준히 확보하며 시장 리더십을 굳혀간다는 방침이다.


◆ 삼성SDI, 울산 이차전지 초대형 생산기지 구축하며 신사업 박차


삼성SDI가 울산을 이차전지 신사업 거점으로 지목한 모양새다. 삼성은 전통 주력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최근 이차전지 등 전기차 부품·소재 사업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성공 DNA'를 미래형 사업 분야에도 심겠다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구상이다.  

삼성SDI는 기존에 중대형 이차전지 생산라인이 가동됐던 울산사업장을 초대형 생산기지로 확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업장의 약 2배 규모로 늘려 배터리 생산능력과 배터리 부품·소재 생산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공통 미래과제로 지목된 이차전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울산사업장 전지2동 전경. [사진=삼성SDI 제공]

실제로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을 증설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 울주군 삼남읍 소재의 울산 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 3공구가 증설 대상이다.

삼성SDI에 따르면 해당 부지(66만5000㎡, 약 20만 평)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이 부지를 기존 공장부지의 2배에 가까운 123만1850㎡(약 37만 평) 수준까지 키운다는 게 사측 방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오는 2025년 12월까지 울산공장 증설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안으로 환경영향평가 수순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관련법에 따라 토지 개발, 증설 등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예측·평가 행정 절차다. 

아울러 삼성SDI는 현 사업장에 배터리 및 소재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사실상 울산공장을 이차전지 생산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으로도 풀이된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10기가와트 규모로, 통상 전기차 15만 대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10GWh(기가와트시)급 배터리 공장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이 1조 원대임을 감안하면 이번 울산공장 증설에 투입될 삼성 자금은 적어도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는 2025년까지 당초 구상대로 울산 초대형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삼성SDI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SDI가 현재 울산공장에서 LFP 배터리와 전고체 전지 사업 전개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울산이 향후 평택, 아산에 이어 삼성의 제3 랜드마크 생산거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3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력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보조를 맞추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프리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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