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스코, 두산 등 대형 건설사 '3조 규모' 신한울 원전사업 수주
대형 원전 포트폴리오 확대로 주택 내수 침체 등 겹악재 돌파 시도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감도.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고금리, 주택내수 침체, 원자재비 인상 등 겹악재로 인해 혹독한 연말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 구축 등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악성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극심한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발주 사업과 국내 플랜트·해양발전·원전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서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공통된 인식에서다.

무엇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를 완전히 뒤집고 원전 재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등 원전 구축 프로젝트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새 타깃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유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건설업계의 새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형 건설사들, 원전 신사업에 드라이브 걸며 외연 확장


정부의 원전 복구 기조가 확고한 가운데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두산에너빌리티 등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건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 정부의 복(復)원전 정책의 신호탄 격인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기기 제작 및 설비를 도맡으면서다.

건설 3사가 동참한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발주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토목, 건축, 기계, 전기, 배관, 계측 등)의 시공사로 최종 낙점됐다. 낙찰가 규모만 3조119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하게 될 신한울 3∙4호기는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각각 2032~2033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신한울 1·2호기, 새울 1·2호기에 이어 현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구 프로젝트에 방점을 찍게 될 사업이라는 평가다. 

이에 그간 '원전 포트폴리오'를 쌓아 온 건설 3사는 공사비만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에 따른 자금 유동성 응고 등 내수 악재를 극복할 호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현대건설, 원전 역량 국내 건설업계 '원톱'


글로벌 원전사업 전망 및 현대건설 원전사업 현황. [자료=현대건설 제공]
글로벌 원전사업 전망 및 현대건설 원전사업 현황. [자료=현대건설 제공]

건설 3사 컨소시엄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원전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대형 원전 시공 사례만 고리(1~4호기), 월성(1~2호기), 한빛(1~6호기), 신한울(1~2호기), 신고리(1~4호기) 등 22건에 달하고, 이는 역대 대형 원전 34기 시공 사례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다수의 국내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0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사업을 따내며 국내 처음으로 대형 원전 수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글로벌 원자력 리딩 기업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도 업무협약(MOU)를 맺고 국내 건설사 중 첫 미국형 대형 원전 사업 기반도 마련해 둔 상태다.

현대건설은 화려한 원전 이력을 토대로 이번 신한울 프로젝트에도 무난히 시공사로 낙찰됐다. 대형 원전 시공뿐만 아니라 원전 해체공사, SMR 등에 이르는 원자력 분야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한 탓이다.


◆ 포스코이앤씨, SMR 분야 고속 성장세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관련 기술 역량을 빠르게 집적해 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SMR 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포스코)는 현재 원전 관련 필수 자격인증인 '전력산업기술기준 설계·시공' 국내 인증과 함께 미국의 '기계학회기술기준 시공 인증'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향후 건설업계의 먹거리가 주택사업을 넘어 원전, 플랜트 구축 사업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내부 진단에 따른 기민한 조치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원자력사업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해당 조직에 원자력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했다.

포스코는 이런 노력 끝에 SMR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0년 포스코는 한국전력이 주관한 컨소시엄을 통해 국책 SMR 사업에 참여했으며, 지난 2015년 한국 정부와 사우디의 대형 SMR 협업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한전과 원전 기본설계를 공동 실시하는 쾌거도 이뤘다.

SMR은 출력 규모 300메가와트(MWe) 이하인 원자로로, 모듈화 공법으로 설계·제작해 시공이 비교적 간편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방사성 폐기물 생성에서도 고효율을 보여 세계 각국에서 관심도가 높은 원자력 기술로 꼽힌다.

포스코는 이번 신한울 원전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해 국내외 원자력 사업은 물론, 미래형 방사광가속기 등 원자력이용시설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최근 "원자력 발전 사업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친환경 사업으로 인정받은 만큼 신에너지 사업인 원자력 사업 실무 전문 인재를 양성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이용시설 등 원자력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원자력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핵심기기 제작 역량 '주목'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우측),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두산)는 이번 신한울 원전 프로젝트에서 핵심 주기기인 증기발생기와 터빈발전기 제작과 함께 원자로 시공 업무를 맡았다.

두산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에 적용될 예정인 1400MW급 한국 원자로 표준 모델인 'APR1400'은 고도의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을 갖춰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두산 고유의 원자력 포트폴리오다. 두산은 주력 원자로 모델인 APR1400의 품질을 꾸준히 개선, 여건이 상이한 국내외 원전 시장에서 탄력적으로 설계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원자로의 안전성도 더욱 높였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해당 모델은 2019년 준공된 새울 1호기부터 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새울 3∙4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된 바 있다. 두산 측은 APR1400 모델이 향후 해외 대형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견인할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산은 5월 신한울 원전 주기기 제작 착수 행사에서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체 용광로에서 제작된 200톤(t) 규모의 합금강을 세계 최대 규모인 1만7000톤 프레스로 단조작업을 진행해 증기발생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다. 

완성형 증기발생기는 높이 약 23m, 무게 약 775t에 이르며 이는 중형차 520여대 무게에 달한다. 이 밖에도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 원전 핵심 설비도 두산이 직접 제작해 신한울에 공급한다.

한편 두산은 현재 신한울 주기기 시공을 위해 국내 460여개 협력업체들과 공조하고 있다. 원자로·터빈·증기기 등 핵심 기기 제작 및 설치에 소요되는 각종 공법과 부품을 수급하기 위함이다. 국내 건설업계에 원전향(向)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번 계약으로 당사는 물론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원전 협력사 등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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