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성 보호 취지는 좋았지만 남녀 대립
이용대상 폭 넓힌 주차장...실효성 높여야

가족배려주차장 주차구획 표시 예시 [사진=서울시 제공]
가족배려주차장 주차구획 표시 예시 [사진=서울시 제공]

[뉴스캔=신아랑 기자] 여성의 약자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여성전용공간’이 오랫 동안 역차별의 논쟁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범죄율을 높이는 효과와 남녀 대립 구도를 가져다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여성전용공간은 여성 출입만 허용된 물리적 구역으로 여성의 약자성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으며, 안전한 공간 제공에 목적을 뒀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전용주차장과 지하철 여성전용칸이 대표적인 예다.

지하철 여성전용칸은 1992년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여성·노약자 전용칸을 일시적으로 마련하면서 처음 시행됐고 이어 2007년, 2011년에 여성전용칸 도입을 추진했으나 역차별 논란으로 인해 무산됐다.

대구시 역시 2013년 지하철내 여성전용칸 도입을 추진했으나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2016에는 부산 도시철도 1호선에서 여성전용칸을 도입했으나 2017년부터 폐지된 상태다.

이는 지하철 여성전용칸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하며 특정 성별을 배제하는 공간이라는 지적과 낮은 실효성의 결과였다.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사실상 관리가 어렵고, 여성전용칸에 빈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타지 못하게 되면서 특권과 차별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또 여성전용공간이 오히려 범죄의 표적으로 전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지하철 여성전용공간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사실상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여성전용주차장은 여전히 국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여성전용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족배려주차장 이용대상은 임산부, 고령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 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로 확대된다.

여성전용주차장은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역차별 논란과 약자로 배려받는 느낌이 싫다는 이유 등으로 실제 이용 비율이 16% 그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극기야 범죄도 발생했다. 2015년 대형마트 여성전용주차장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주차장서 발생한 강력범죄 중 성폭렴 범죄가 72%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8월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여성전용주차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 시장이 만든 여성전용주차장을 오세훈 시장이 없앤 셈이다. 여성의 안전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고, 그렇다고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는 가족배려주차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공주차장 내 여성우선주차장은 654개소 1만 952면에 달한다. 이를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가족배려주차장 전환을 완료하고 민간주차장 2346개소 4만 5333면에 대해서는 대시민 안내 및 홍보를 통해 2025년까지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미 올해 3월부터 전환 중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한 주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춰 약자와 동행하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통행정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진 않았지만 여자전용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환영받는 분위기다. 다만 서울시의 이같은 시도가 전국에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로 실효성을 높여가길 기대해본다.

 신아랑 기자
 신아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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